[기고] 디자인의 힘 그리고 디자인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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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 원장

스마트폰 시대를 개척한 스티브 잡스가 10년 전 췌장암으로 병원에 누웠을 때 간호사가 가져온 산소마스크들을 5번이나 거부하였다. 이유는 마스크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4차산업혁명의 한 시대를 풍미한 잡스에게는 디자인이 자신의 생명보다 더 절실했던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6년 ‘디자인혁명의 해’를 선포하였으며 그 여세를 몰아 현재 삼성전자는 단일기업으로 세계 최대인 1,400명의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소니 등을 물리치고 세계 초일류 가전기업이 되었다.

2000년 전후 시작된 3차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혁명이었다. 지금 전개되는 4차산업혁명은 3차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바이오와 물리학, 디지털 간 모든 경계를 와해시키는 융합기술혁명이다. 얼마 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바둑 기계가 바둑천재 이세돌을 완벽하게 격파한 것이 4차산업의 단적인 효과이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은 기계를 이길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그런 기계를 이기는 유일한 분야가 감성인데, 그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움직이는 로봇이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디자인이 가미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의 4차산업혁명을 ‘디자인의 혁명’이라고도 한다.

향후 20~30년은 어떤 분야든 디자인이 들어가지 않으면 최고의 상품, 최고의 프로젝트,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없다. 디자인의 힘은 부산디자인진흥원의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27개 사회적기업가 양성사업 만족도 1위, 71개 지역산업 맞춤형사업 최고 A급, 부산시 산하 19개 출자출연기관 중 일자리 부문 2년 연속 최우수기관에 선정되었다.

현재 진흥원이 수행해온 역대 수백 개 사업의 평가가 대부분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역점 사업은 제작 기간이 15일씩 걸리는 남성 정장을 ㈜파크랜드와 스크린을 통해 비대면 자동으로 3일 만에 맞추는 프로젝트이다. 다음 달 중순쯤 산자부 장관이 참석하는 오프닝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주지하다시피 부산은 신발의 세계적인 메카이다. 70~90년대 세계 신발시장을 주름잡았던 부산은 이제 나이키, 아디다스의 OEM 하청공장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나이키의 100만 원짜리 한정판은 반드시 부산에서만 가능하다. 그만큼 부산 신발생산 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산에는 왜 세계적인 신발 메이커는 없는가? 이렇게 우수한 기술력의 신발이 세계 석권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케팅과 디자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 신발 전문가들은 마케팅은 물론 신발에 베스트 디자인을 입히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였다.

1970년대 말 영국 마거릿 대처 수상이 취임 첫 각료회의 석상에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만 제품경쟁력은 디자인에서 나온다고 말하면서 그 유명한 ‘Design or Resign’, 모든 직책에서 디자인을 제대로 적용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직에서 물러나라고 설파하였다. 어느 분야든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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