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의 해양 TALK] 영도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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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선택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다. 언제, 어디로 떠날 것인지만 정하면 된다. 당일치기라도 좋다. 1박 2일이면 적당하고, 2박 3일이면 느긋하니 금상첨화다. 원하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곳, 다리 너머 작은 섬, 영도가 요즘 부산의 ‘핫플’이다.

영도가 뜨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다리 건설 등으로 교통 인프라가 확충돼 접근성이 한결 좋아졌다. 흰여울마을과 봉래동 창고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인스타그램에 잘 나오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도 이유의 하나다. 2015년을 전후로 동삼동 혁신 클러스터에 10개가 넘는 해양수산 관련 기관의 입주도 한몫했다. 국립해양박물관이 개관하면서 해양교육문화 허브로 성장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연구기관들이 이전하면서 거주자와 유동 인구도 많이 증가했다. 공무원이나 연구원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늘면서 지역 상권에도 활기가 돈다.


해양교육문화 허브로 성장한 영도

도시재생 사업 추진 뒤 ‘핫플’ 부상

 

교통 인프라도 확충돼 새 가능성

원도심과 바다 어울린 환상 조합

 

흰여울마을·봉래동 창고 지역 등

새로운 변신으로 즐길 거리 풍부

 

영도는 본래 지형적으로 평지보다 구릉지나 비탈길이 많은 곳이다. 섬이라는 특성상 도심 안팎으로 오가는 교통 인프라가 열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부산항대교가 개통되면서 영도는 상전벽해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부산 서부 지역에서 혼잡 구간인 도심을 통하지 않고 영도를 거쳐 광안리와 해운대로 논스톱 주행이 가능해졌다.

송도를 연결하는 남항대교에 차를 올리고 고가도로를 타면, 영도는 물론 북항 등 부산항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야간에는 그 모습이 장엄하다 못해 전율을 느낄 정도로 아름답다. 남항대교, 영도대교, 부산대교, 부산항대교까지 4개 다리는 영도와 부산 도심을 단절 없이 연결하면서 영도의 환골탈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봉래산에 터널을 뚫는 계획도 확정됐다. 길이 뚫리면, 지역이 살아난다. 태종대 방문을 영도 관광의 전부로 여기던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꿔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도의 변화를 체험하려면 우선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흰여울마을이나 봉래동 창고 지역을 찾아보는 게 좋다.

흰여울마을은 영화 ‘변호사’의 촬영지로 먼저 떴다. 최근엔 재생 사업이 추진되면서 지중해의 ‘친퀘 테레(Cinque Terre)’와 같은 풍광이 만들어지고 있다. 언덕에 잇대어 세워진 아담한 집들과 작디작은 골목을 둘러보는 게 묘미다. 감천문화마을과는 또 다른 분위기와 감성이 배어 있다. 부산에서 남쪽 바다와 가장 가까운 마을일 뿐만 아니라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배를 볼 수 있다. 자갈치시장에서 출항하는 섬 크루즈 선박을 타고 흰여울마을을 올려다보는 것도 일품이다.

부산에서 도시재생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이 봉래동과 대평동이다. 대평동에는 배 바닥에 붙어 있는 조개를 떼는 깡깡이 마을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 있다. 이곳을 지나 대교동과 봉래동 일대는 우리나라 근현대 조선산업의 산증인이다. 배를 짓는 조선 독은 물론 선박 수리 등에 필요한 부속품 가게가 즐비하다.

특히 롯데백화점 건너편의 봉래동 창고 지역은 근대 조선산업의 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이곳은 앞으로 산업과 해양문화 창업 공간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어묵을 업그레이드시키고, ‘대통전수방 사업’으로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만든 삼진어묵도 여기에 있다. 대형 수영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젬 스톤’, 조선소 인근 빈 창고 자리에 들어선 ‘무명일기’ 등 다시 찾고 싶은 명소가 많다.

이중 무명일기는 영도에서는 흔치 않은 문화예술 복합 공간이다. 젊은 예술가 집단의 공연, 영도에서 나는 식자재로 만든 ‘영도 소반’ 등과 같은 음식과 로컬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 공간이다. 무명일기 2층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선박과 그 뒤 부산 원도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작품이 된다.

영도에서 먹고, 마시고, 잘 수 있는 곳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한국해양대 앞에 회 센터가 들어서면서 하리 지역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곳의 어느 집을 찾아도 저렴한 가격에 고품격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얼마 전에 문을 연 ‘카페, 하리’도 좋다.

요즘 영도에 가장 많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 카페와 레스토랑이다. 영도 변화를 이끄는 선봉장들이다. 컨테이너로 만든 신기산업, 목욕탕을 개조한 220볼트, 비 토닉, 38.5, 에테르 그리고 카페 카린 등 어디를 가든지 부산 앞바다를 확실하게 조망할 수 있다. 레스토랑 그라치에나 토로는 맛 하나로 승부를 거는 집이다.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영도를 조금 럭셔리하게 즐기고 싶다면, 라발스 호텔에서 자고, 포장마차촌을 들러본 다음 해가 저문 뒤 다시 라발스 호텔 28층으로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새로운 영도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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