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동근의 자투리 생각] 부산은 안전도시인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는 약간 안심이 된다. 올해 2월 초에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한국은 가장 불안한 국가, 부산도 매우 불안한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이제 가장 안심할 수 있는 국가와 도시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도 묻게 된다. 지금 부산은 안전한가? 안전주의보가 하루에 10번 넘게 요란하게 울리지만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 비만 내리면 나가기가 두렵다. 연일 계속된 폭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되어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산사태, 축대 붕괴, 도시철도 역사 침수, 도로 침수, 주택 붕괴 등 다양한 형태의 재난이 발생하였다.


폭우에 속수무책 여러 생명 앗아가

ISCCC “국제안전도시” 평가 무색

행안부 안전지수 평가 겨우 중위권

기후 이상 대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부유층이 몰린 해운대구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큰비가 내리면 불안하다. 매립지로 지반이 낮은 곳은 침수가 됐고, 산동네 지역은 축대가 무너지거나 산사태로 가옥들이 한순간에 허물어질 것처럼 보였다.

산에서 폭우처럼 쏟아지는 빗물은 노후한 배수구들이 감당하기 힘들다. 2002년 이전의 대부분 배수구들은 시간당 60~80mm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최근 시간당 150mm가 훌쩍 넘는 경우 감당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 시간당 강우량이 220mm를 훌쩍 넘어서자 도로, 지하차도 등이 순식간에 잠기게 되어 여러 생명을 앗아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시는 2019년 국제비정부기구인 국제안전도시공인센터(ISCCC)로부터 국제안전도시로 평가받아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현 민선 7기 부산시의 5대 도시비전 안에도 ‘가족이 행복한 건강안전도시’가 포함돼 있다. 이는 부산시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게시되어 있다.

이처럼 부산시는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안전도시, 그리고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허브 도시로서 안전성을 만천하에 알리지만 사실 부산의 안전성은 한국의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하다. 그리고 OECD 국가들과 비교하여도 한국의 안전지표는 좋지 않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부산시도 보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지역별로 실시하는 안전지수 평가를 보아도 부산의 성적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답지 않게 상위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2015년까지 최하위권에 있던 부산시가 2018년에 겨우 중위권으로 상승하였다. 그리고 상위권에 있는 경기도와 비교하면 부산시의 성적은 매우 초라하다.

여기엔 많은 이유가 있다. 도로는 비좁고, 인구는 도심에 집중되어 있으며, 노인 인구가 많으며, 산과 강이 많고, 거기다 항만이 있어 다양한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지역안전지수 7개 분야의 평가에서 생활안전(1등급)과 교통사고(2등급)는 비교적 높은 등급을 받았으나, 화재·범죄·전염병(4등급), 자살률은 최하위 5등급 판정을 받았다. 자연재해는 2등급으로 이전보다 상향됐으나, 이는 이전보다 안전진단을 많이 한 것이 평가에 반영되었던 것이다.

부산시가 ISCCC로부터 국제안전도시라는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부산시가 지역안전지수에서 높게 평가받은 보건과 생활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평가지표와 관련이 있다. 부산시가 ISCCC 등의 안전평가에 심혈을 기울이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후 이상 시대를 대비하여 전반적인 도시 안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배수구 교체, 빗물 재활용, 지반이 낮은 지역의 침수,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사망 사건 등이 없도록 안전경보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부산시에 또 하나 절박한 것은 도시 전반의 지역에 악취가 심하다는 것이다. 올해 4월에 하수도에 내려가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 3명이 질식사한 것도 우리의 안전관리가 얼마나 허술하며, 하수도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 것인지 잘 설명하고 있다. 부산은 매립지가 많아서 하수 공간이 열악하고, 지반이 탄탄하지 못하며, 쉽게 균열이 일어나고, 싱크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를 충분히 고려하여 악취가 없는 부산, 배수가 잘 되는 부산으로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대처로 한국의 전염병 관련 지수들은 급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부산도 더욱 안전하게 전염병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번 한 달 가까운 장마가 부산의 안전 대처능력을 신속히 증가시키고 부산을 진정한 안전도시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