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도서정가제, 문화 다양성을 지키는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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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덕 소설가

명색이 소설가이지만 쓰기보다는 읽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당연히 책값에 관심이 많다. 보통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데 매번 할인 10%에 적립 5%의 혜택을 받는다. 한 권을 주문해도 무료 배송이고 다음날이면 집 앞에 택배가 도착하니 편리하기도 하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할인율 15%를 포기하고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경우도 많다. 서점 근처를 지나가다가 이른바 충동구매를 하는 때이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그동안 관심 있던 책 두 권을 서점에서 정가로 구입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토록 귀한 신간을 각각 1만 5000원과 1만 4000원에 살 수 있어서 감사했다.


도서정가제 폐지 운동 안타까워

“책값 부담이 책 멀어지게 했다”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억지 논리

독서 않는 이유 “시간이 없어서”

책은 엄연히 공공재로 간주돼야

책마저 무한경쟁 내몰려선 안 돼


배송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당장 책을 읽고 싶을 때, 또는 온라인 판매처에서 책을 구할 수 없을 때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산다. 특히 베스트셀러와는 거리가 먼, 지역 작가의 책은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주문한 지 며칠이 지난 뒤에야 ‘판매처를 찾을 수 없습니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당혹스럽다. 그럴 때 시내의 지역 서점에 전화로 문의하면 책을 구할 수 있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고 드문드문 책을 발간하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책값 논란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도서정가제 폐지’ 운동을 이끄는 이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발매 18개월 이후에 무제한 덤핑이 가능했던 ‘2014년도까지의 도서정가제는 비교적 합리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모든 도서에 최대 15% 할인율을 규제하는 현 도서정가제가 ‘부담스러운 가격에 도리어 독자에게 책을 멀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즉 구간(舊刊)에 대한 덤핑 규제와 현재의 15% 할인율 규제를 풀어야 책값이 낮아져서 독서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전자책이 ‘종이책과 같은 정책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웹툰과 웹소설 등 온라인으로 발매·유통되는 콘텐츠는 당연히 종이책으로도 발간이 가능하다. 이 경우 책 뒷면에 ISBN(국제표준 도서번호)이 부착되어 현 도서정가제 정책을 적용받는다. 이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독서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활자 이외 매체의 발전 속도에 따라서 이러한 감소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하고 있다. 2018년의 연구보고서를 봐도 사람들이 독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19.4%)이다. 즉 책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일상이 바빠서 독서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종이책은 온라인으로만 구매와 유통이 가능한 전자책과 엄연히 다른 매체 환경에 놓여있다.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 전자책을 종이책과 비교하면서, 기존의 이점들(가격, 접근성, 파급력 등)은 그대로 누리고, 종이책 가격마저 끌어내리려는 시도야말로 불합리하다.

책은 상품이지만 그 가치를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다. 인류의 축적된 자산인 책마저 시장 논리 속에서 무제한의 가격 경쟁에 내몰린다면 참담한 일이다. 책은 공공재로 간주되어야 한다. 책 덤핑과 할인율을 규제하는 현재의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는 이유이다. 온라인, 즉 디지털 플랫폼으로 삶의 방향이 이동하는 건 ‘정해진 미래’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의 질감과 감촉과 향기를 선호하는 책 소비자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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