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 부산을 부탁해] 3. 영도할매 만난 이유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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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 실험지’ 영도, 스토리와 독창성을 찾아라

영도의 로컬크리에이터 연합인 RTBP가 운영 중인 문화공간 ‘끄티’.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며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RTBP 제공 영도의 로컬크리에이터 연합인 RTBP가 운영 중인 문화공간 ‘끄티’.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며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RTBP 제공

부산 영도 봉래산에는 영도 할매가 있어 주민들을 잘 지켜주는데 영도를 떠날 때엔 심술을 부린다는 영도 설화. 이 설화는 행정구역상 부산이지만 섬이라는 공간적폐쇄성을 가진 영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최근 영도를 떠나는 주민들에게 심술을 부렸던 영도 할매는 심술 대신 소셜벤처를 영도로 부르고 있다.


영도, 새 사업 모델 ‘리빙랩’ 각광

싸인랩 등 잇따라 영도서 테스트

주민 성향·환경, 사업 검증 ‘최적’

소규모·지역 중심 비즈니스 인기

지역 활용 새로운 가치 만들어야


영도구 치매안심센터는 VR게임을 이용해 치매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에스와이이노테크 제공 영도구 치매안심센터는 VR게임을 이용해 치매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에스와이이노테크 제공

■서울기업이 영도에 온 이유

고령화, 안전, 환경, 정보격차와 같은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존재한다. 소셜벤처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해볼 수 있는 공간인 '리빙랩'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 2019 소셜벤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소셜벤처의 비즈니스 모델이 사회적 가치를 담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소셜벤처 업계에서 리빙랩의 가치가 클 수 밖에 없다. 영도는 리빙랩으로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한 ‘주민참여형 IoT리빙랩 실증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 5개 중 2개가 수도권 기업이다.

영도에서 진행된 소셜벤처의 모델은 이렇다. 싸인랩은 고령자 호흡건강을 위한 스마트 브리딩 서비스(Smart Breathing Service)를 제공했다. 로하는 어르신 돌봄용 양방향 소통 IoT기기인 소통박스와 관리 솔루션을 통해 독거노인 문제 해결에 나섰다. 에스와이이노테크는 VR 게임을 통해 노인들의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의 진전을 더디게 하는 서비스를 진행했다. 수도권 기업인 유티인프라는 시니어 영양관리 플랫폼인 ‘키니케어’ 솔루션을 통해 노인들의 영양을 관리했고, 또 다른 수도권 기업인 유퍼스트는 진동으로 알려주는 신기술 보청기 제작 솔루션을 제공했다.로하는 영도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제주도와 협약을 맺고 제주시 구좌읍 노인세대에 로하의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소셜벤처에게 가장 필요한 ‘레퍼런스(실적)’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리빙랩 사업에 참여한 (주)에스와이이노테크 이연화 대표는 “영도는 많은 원도심이 가지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데다 특유의 폐쇄성이 있어 소셜벤처의 모델을 확인하기에 좋다”며 “부산이라는 작지 않은 시장을 품고 있다 보니 소셜벤처의 모델을 확인해 보기 좋은 공간일뿐만 아니라 시장 확장성도 풍부한 셈”이라고 말했다.

영도 뿐만 아니라 부산 자체가 소셜벤처의 리빙랩으로 활성화할 경우 부산이 소셜벤처 생태계에서 가지는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부산시 나윤빈 청년희망정책과장은 “소셜벤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해 내고 이에 따른 레퍼런스를 쌓는 일인데 부산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검증이 필요한 많은 소셜벤처들이 부산에서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기 위해 부산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로컬크리에이터

소셜벤처의 다른 흐름 중 하나는 로컬크리에이터다. 로컬크리에이터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중점을 둔다. 기존의 중앙집중적인, 규모의 경제에서 벗어나 지역 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 특징이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소셜벤처이면서 도시재생기업으로도 평가받는 이유다. 목포의 괜찮아마을, 부여의 자온길, 강릉의 더웨이브컴퍼니, 거제의 공유를위한창조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곳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낙후되고 쇠락한 공간을 젊은이들이 찾고 싶은 공간으로 바꿨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영향이 눈으로 확인되다 보니 지난 6월 22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성동구 코사이어티에서 열린 로컬크리에이터 출범식에 참여해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존 경제의 대안으로 육성하는 분야인 셈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연합(RTBP/Return to Busan Port)’은 영도에서 활동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느슨한 연합체다. RTBP에는 기술기반창업자, 예술가, 로컬크리에이터 등 50여 개의 소셜벤처가 합쳤다. 폐공장을 다양한 문화예술활동 공간으로 바꾼 ‘끄티’, 현장 기술 인력의 구인구직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자숲’ 등이 대표적이다. RTBP 소속 소셜벤처들은 조선업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그 스토리를 이용한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RTBP 김철우 대표는 “라이프스타일은 지역 내에서 모델을 찾는 것이다 보니 지역에 대한 애착이 있으신 분들이, 지역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도는 최근 여행 트렌드의 변화와 더불어 가속화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트렌드는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보다, 현지에서 소위 먹히는 브랜드다. 최근 영도의 무명일기, 청마가옥과 같은 로컬크리에이터가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무명일기 오재민 대표는 “영도는 교통이 편리하고섬이라는 특수성이있는 데다 근대 산업이 남긴 독특한 스토리가 있어 영도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려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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