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체’로 새기고 구성할 ‘부산을 사랑한 소설가 최해군 문학비’의 이미지. 솔뫼최해군선생 문학비건립추진위 제공

2015년 89세로 작고한 소설가 솔뫼 최해군(사진) 선생의 문학비가 10월 중 부산시민공원에 세워진다.

‘부산 사랑의 구체적 모습을 향토사 연구와 문학 작품으로 보여 준 최해군 선생의 정신은 부산 시민들이 기억하고 전승해 나가야 할 중요한 정신적 유산’이라는 것이 문학비 건립 사업의 취지다.

‘솔뫼최해군선생 문학비건립추진위’는 문단과 지역 사회를 넓게 아울렀다. 김성종 조갑상 소설가가 고문을 맡았다. 공동위원장으로는 고금란 부산소설가협회 회장, 황선열 부산작가회의 회장, 최영구 부산문인협회 회장이 나서 15일 기자 간담회 자리에 함께 참석했다. 추진위원장은 남송우 문학 평론가다. 8월 구성한 추진위는 소설가, 시인, 문학 평론가, 아동 문학가, 언론인 그리고 사회 단체 관계자와 여타 예술인 등 총 100여 명에 이른다. 제갈삼 송기인 서의택 이진두 주정이 황성일 주영택 류영남 김정자 양맹준 박명흠 이광호 씨 등의 이름이 보인다.

추진위, 문단·지역 사회 아울러

비석 전면, 작품 ‘부산 사람’ 새겨

솔뫼, 소설·향토사 연구 큰 족적 “시민공원 대표하는 명물 될 것”

문학비는 솔뫼의 부산 사랑을 기리면서 내세운다. 문학비의 정식 명칭은 ‘부산을 사랑한 소설가 최해군 문학비’다. 솔뫼는 자신을 항상 제일 먼저 소설가라고 칭했기 때문에 비의 이름은 ‘문학비’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위치는 향토사 연구에 있었다. 그의 향토사 저작들, 특히 〈부산의 맥〉 〈부산항〉 등은 부산사 공부에서 거쳐야 하는 ‘계몽주의적 분수령’이었다. 요산 김정한, 의인 윤정규로 이어지는 부산 문학의 핵이 ‘지금 여기, 지역’에 있다면 그것을 향토사 연구로 변주·확장한 것이 최해군이었다. ‘부산을 사랑한’이란 비의 짧은 구절에 솔뫼의 모든 것이 다 녹아 있다.

문학비는 부산시민공원에 세워지는 첫 기념비로서 부산성(釜山性)을 일깨울 것이다. 비의 전면에는 그의 부산 연구와 부산 사랑을 응축한 짤막한 글 ‘부산 사람’(유고집 〈그날의 그 바람결에〉에서)을 새긴다. 거친 바닷사람, 무뚝뚝한 내륙 사람, 약삭빠른 도회 사람이 뒤섞인 잡탕은 부산의 가마솥에서 ‘화통(化通)’이라는 진국으로 바뀌었는데 가슴을 열고 서로가 너그럽게 통하는 것이 화통이요, 풀려서 어울리는 것이 화통이라며 부산의 화통은 오대양 육대주로 번져 가야 한다고 일깨운다. 부산 기질의 날과 씨, 그것의 긍정적 지향점을 농축한 것이다. 부산시가 개발한 ‘부산체’를 사용할 비문 글씨 디자인과 구성은 홍동식 부경대 교수가 맡았다. 추진위 측은 “솔뫼 선생의 문학비가 부산시민공원의 대표성과 상징성에 제격으로 어울리는 전무후무한 비가 되길 바란다”며 “부산시도 솔뫼 선생 문학비 건립에 긍정적이며, 현재 그에 상당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솔뫼 선생의 작품 제목에는 유독 ‘사람’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 여기’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선생의 문학이었고, 향토사 연구라는 것이다. 솔뫼는 생전에 “부산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제 자리에서 제 것을 남기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이야”라고 했다. 사람에 뿌리를 둔 솔뫼의 지역 연구와 부산 사랑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가는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일 것이다.

남송우 추진위원장은 “사람을 키우는 데 인색한 도시가 부산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솔뫼 선생의 비 건립이 부산 정신을 곧추세우면서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이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솔뫼의 문학적 동지였던 고 윤정규의 말을 다시 새긴다. “한 인물을 기념하는 일은 곧 우리를 발견하는 일이다.”

1926년 기장에서 출생한 최해군은 1962년 〈부산일보〉 장편 소설 공모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돼 등단했으며 장·단편 소설 9권, 향토사 저서 9권 등을 냈고, 부산시문화상(1973)과 자랑스런시민상 대상(2006) 등을 받았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