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영 미술작가 "코로나에 전시회 셧다운… 하루빨리 문 열었으면"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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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문을 못 열고 전시가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전화기 너머 힘 빠진 목소리가 작가의 마음을 대변했다.

문지영 작가는 부산시립미술관의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0-낯선 곳에 선’ 전시(이하 젊은 시각전)에 참가 중이다. 지역 신진작가를 발굴·지원하는 전시에 문 작가를 포함해 총 6명이 참여했다. “이 전시를 터닝 포인트로 발전하는 선배 작가들도 계시고, 여러모로 젊은 작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전시라 기대를 많이 했죠. ‘코로나 셧다운’이 계속되니 모두들 답답한 마음이 큽니다.”


부산시립미술관 젊은시각전 참가

"예술 교육 등 부업도 차질 빚어

수칙 지키며 운영할 방법 찾기를"


7월 말 시작한 젊은 시각전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인해 한 달 넘게 휴관 중이다. 문 작가는 10월 4일까지인 전시기간 내에 미술관이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매일 뉴스를 체크한다고 말했다. 작품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문 작가의 동생마저 전시를 못 봤다.

“헬스장·목욕탕이 다시 연다는 소식이 들리면 ‘공공 미술관은 안 여나?’ 생각이 들죠. 예술 활동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도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예술을 부수적인 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문 작가는 무조건 휴관이 아니라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국공립 문화시설을 운영해 나갈 방법을 찾기를 바랐다.

또따또가 자립작가인 그는 예술 교육 등 부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작품만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는 작가는 극소수입니다. 다들 생계를 위해 2~3개 부업은 기본으로 뛰고 있는데 코로나로 수업이 취소되는 등 타격이 커요. 예술가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예술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잡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문 작가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스물아홉에 다시 부산대 미대에 진학했다. “언론계 쪽에서 일하려고 준비를 했는데 가만히 보니 저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더라고요. 1년 반을 준비해서 미대에 들어갔는데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죠.” 문 작가가 아픈 어머니와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을 모두 돌보는 상황이 됐다. 그림은 그려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대로 가족을 그렸고 그 속에서 길을 찾았다.

문 작가의 작품은 가족 안에서는 보통의 존재이지만 사회 시스템과 만날 때는 보통이 아니게 되는 동생을 그린다. “보통이라는 단어가 여러가지 얼굴을 갖고 있어요.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에게는 폭력성으로 다가옵니다. 쉽게 ‘보통 그래요’라고 말하며 소수의 다름을 외면하려 하죠.” 그는 소수의 작은 불편도 외면하지 않는 사회를 희망했다.

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동생의 이야기를 ‘가장 보통의 존재’ 연작에 담아냈다.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으로 살아온 어머니의 삶도 작품화했다. “엄마가 제 작업을 많이 지지해 주세요. 엄마의 투병을 지켜보며 질병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가족 덕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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