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오랜만에 아빠란 호칭 마음껏 불러”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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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 두석의 담보 승이 역

“담보야, 담보야!”

영화 ‘담보’ 속 성동일은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외친다. 도대체 무얼 그리 열심히 찾나 했더니, 이럴 수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 성동일의 시선을 따라가면 배우 하지원이 있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내 이름은 승이!”라고 말하는 그는 영락없이 아빠 앞에서 어리광 피우는 딸이다.


‘담보’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담보’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원이 맡은 ‘승이’는 아홉 살 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두석의 ‘담보’가 된다. 어린 나이에 여러 번 삶의 위기를 겪지만 결국 정 많은 두석의 가족이 돼 씩씩하게 자란다. 하지원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많이 울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서다. 그는 “(작품 속에서)아빠라고 부르는 순간이 남달랐다”며 “승이처럼 아빠가 그립기도 했다. 여러 부분이 마음을 울리더라”고 털어놨다. 하지원은 “2016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이 그리웠다”면서 “지금 곁엔 안 계시지만, 늘 아빠가 가까이서 나를 지켜 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친아빠를 만난 승이가 두석에게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른 장면의 대사를 시나리오집 맨 뒷장 여백에 여러 번 적어 두기도 했단다.

영화 속 하지원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석, 종배와 진짜 가족이 돼 간다. 이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지켜 주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원은 “이번 영화를 계기로 가족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봤다”며 “혈연으로 맺어진 게 아니더라도 서로를 생각하고 보듬어 준다면 그게 가족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개봉하는 추석은 가족을 떼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작품을 통해 가족은 물론, 관계가 좋지 않은 이웃들, 혹은 소외된 계층까지 한번쯤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원이 성동일과 선보인 애틋하고 가슴 찡한 부녀 연기는 관객의 눈물샘을 연신 자극한다. 하지원은 “성동일 선배의 눈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상황에 스며들 수 있었다”면서 “오랜만에 마음껏 ‘아빠’라는 호칭을 불러 봤다. 저에게는 정말 다정한 아빠였다”고 말했다. 재미난 이야기도 곁들인다. “몰랐는데 성동일 선배의 딸을 연기한 분들 중에 제가 제일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성동일 아빠가 부산서 사 주신 돼지 껍데기는 아직도 맛이 잊히지 않아요. 하하.”

남유정 기자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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