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후보 안 보인다” 김종인 발언에 당 ‘혼란’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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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부산대학교 넉넉한터에서 열린 제41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부산대학교 넉넉한터에서 열린 제41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준비 중인 국민의힘이 ‘혼란’에 빠졌다.

선거가 17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본선 승리를 담보할 만한 유력 주자가 부상하지 않는 상태에서 당 지도부가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당 내부적으로 모처럼 찾아온 부산 지방권력 탈환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16일 ‘부산 발언’ 후폭풍은 상당하다. 그는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처음 부산을 찾아 “후보만 잘 고른다면 부산시장 보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국민의힘에는)적격자가 안 보인다”고 했다. ‘임시 대표’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존 부산시장 후보의 자질을 앞장서 폄훼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모 인사는 “장수가 전장에서 자기 병사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당 후보 폄훼 잇단 발언

金, 김해신공항 질문엔 “잘 모른다”

당 중진들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

“장수가 자기 병사 등에 비수 꽂는 꼴”


김 위원장은 김해신공항 관련 질문에는 “잘 모른다”고 답해 부산 정서를 자극했다. 차기 주자 선호도 1~2위를 달리는 이낙연(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자청해 ‘가덕신공항’ 지지 의사를 밝혔고,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현안이 될 정도로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한 신공항 문제를 제1야당의 대표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모양새다.

그러면서 신공항에 긍정 메시지를 내놓은 정세균 총리를 향해 “부마항쟁 기념식과 상관없는 발언을 했다”고 깎아내렸다.

국민의힘 내부는 벌집을 쑤셔 놓은 형국이다. 지역과 상관없이 당내 중진들이 일제히 집중포화를 날렸다.

3선인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18일 ‘부산시장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당 대표 격인 분이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이니 참 걱정”이라며 “격려를 하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낙선운동이나 하고 다녀서 되겠나”고 했다. 그는 특히 “당 대표가 이렇게까지 내부총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대위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경태(사하을) 의원은 “여당 2중대라는 안팎의 비판이 지속된다면 비대위가 존속할 명분은 사라진다”고 작심 비판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권영세(4선) 의원도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려서 얻을 게 뭐가 있나”며 “적절치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세종시당위원장은 “김 위원장 말처럼 정말 국민의힘에 서울시장감이 없고, 부산시장감이 없나”며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문을 닫아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에도 인물들이 있다”며 “문제는 오히려 지휘다. 연주자들의 역량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문제고, 무슨 곡을 연주할지 제대로 정하지 않은 채 홀로 박수받을 생각에 이 곡 저 곡 독주해 대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종인 체제로는 부산시장 보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의 반사이익을 전혀 못 얻고 있다. 한국갤럽이 13~15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산·울산·경남의 부정평가(50%)가 긍정평가(39%)보다 11%포인트(P) 높았지만 부울경의 정당 지지도는 되레 민주당(32%)이 국민의힘(24%)보다 8%P 앞섰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부울경 정치권 일부에서 ‘김종인 조기 사퇴론’마저 내놓고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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