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차분한 개막,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했다
개막 첫날 이모저모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인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관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발열 측정 등 방역절차를 거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5번째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차분한 모습으로 개막했다. 영화제 하면 떠오르는 세계적 스타의 방문이나 레드 카펫 행사, 개막식이 열리지 않으면서 들뜬 분위기는 없었다. 수요일 전야제에 이어 목요일 오후 8시에 개막식과 개막작 상영으로 시작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수요일인 21일 개막한 데다 영화 상영에만 집중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장면이 연출됐다. BIFF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오전 9시 30분 1회차 상영을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레드카펫·개막식 열리지 않아
떠들썩한 분위기는 사라져
관객과의 만남 풍성하게 준비
한국영화 상영작 100% 참여
태국 다큐 영화 ‘스쿨 타운 래퍼’
현지 제작진과 실시간 화상 GV
■코로나 시대 BIFF 모습은?
코로나19로 인해 상영관 좌석의 25%만 오픈하다 보니 참석 관객 수가 대폭 줄었다. 또 편당 1좌석만 예매가 가능해 예전처럼 일행이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도 보기 어려웠다.
방역을 위해 BIFF 측은 영화의전당에 입장할 수 있는 입구를 일부만 열었고, 예매 티켓이 없으면 영화의전당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도보 관객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해 영화의전당에 입장하는 관객을 위해 주차장 입구에서 체온을 체크하고 QR코드로 방문 기록을 남기도록 안내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연출됐다.
관객으로 참석한 남기자(60) 씨는 “페스티벌은 원래 들썩이고 축제 분위기도 나야 하지만, 예전보다 좀 썰렁한 느낌이라 아쉽다”면서 “체온을 재고 띄어 앉기를 철저히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이어 가려고 하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객과 만남(GV)은 현장과 온라인으로 풍성하게 준비됐다. 한국 영화 상영작은 100% 감독이나 배우, 제작자가 참여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상영을 시작한 영화 ‘반도’는 낮 12시께부터 GV를 시작했다. ‘반도’를 제작한 이동화 대표와 ‘김노인’ 역할의 권해효 배우는 현장에 참석했고, 인천에서 차기작을 촬영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은 화상으로 연결했다. 행사는 스크린 상의 QR코드를 통해 관객 질문을 받아 사회자인 정한석 BIFF 프로그래머가 대신 읽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행동의 의미, 촬영 에피소드를 묻는 등 질문은 활발하게 오갔지만, 평소처럼 손을 들고 육성으로 질문할 수가 없어 썰렁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배우 권해효는 “지난여름 코로나19 상황에서 ‘반도’가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뭉클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어려운 시기 관객분들이 생활 속 거리 두기를 하신 덕분에 극장에서 만나게 돼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태국과 동시 상영 GV도 시도
오후 3시께 소극장에서 열린 태국 다큐멘터리 영화 ‘스쿨 타운 래퍼’ 상영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많은 관객이 참석했다. GV는 현지에 있는 제작진과 실시간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영화는 3400km 떨어진 한국과 태국에서 전 세계 처음으로 동시 상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당초 영화 관람 이후 한국과 태국 양국의 관객이 함께 GV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태국 측의 사정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지 행사에 초청된 관객 40여 명은 방콕 지상철 운행 중지와 집합금지령 등 태국 정부의 방침과 코로나 확산 금지 여파로 대부분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는 태국 슬럼가에 사는 열여덟 살 북과 열세 살 논의 랩을 통해 빈곤과 불평등, 억압적인 교육 체계에 반기를 든다. 와타나푸메 라이수완차이 감독과 주인공 북은 “작품이 랩 음악과 우리의 삶을 두루 보여 준다. 관객에게 선물 같은 영화가 될 것이라 본다”고 입을 모았다.
주인공 북은 이날 의협하고 호연한 태도로 주목을 받았다. 북은 “랩을 처음 시작했을 땐 많이 긴장했지만, 지금은 전보다 용감해지고 한층 성장했다”면서 “앞으로 사회 비판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그로 인한 위험은 얼마든지 감수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상영이 끝난 뒤 온라인 GV 준비 시간이 길어지자 많은 관객이 자리를 뜨기도 했다. 후반부에는 온라인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북의 목소리가 뜨문뜨문 끊기는 한계도 있었다.
■개막작 상영도 차분하게 진행
평소라면 화려하게 시작했을 개막작 상영도 소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시작됐다. 바닥에 따로 의자를 깔지 않으면서 기존 설치된 좌석 2200석 중 25%만 예매가 가능해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늦게부터 비가 오면서 관객들은 우산을 쓰고 이동해 자리를 찾는 모습이었다. 지종태(39) 씨는 “개막작을 매년 봤는데 레드 카펫이 없는 건 역시 아쉽다”며 “‘스파이의 아내’를 꼭 보고 싶었는데 좌석이 줄어 티케팅 경쟁이 너무 치열했고 취소 표도 안 나와서 오늘은 개막작만 보러 왔다”고 전했다.
개막식이 없는 대신 개막작 상영 전에 세계 영화인의 개막 축하 메시지 상영이 20분간 이어졌다. 이창동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부터 중국의 지아장커, 대만의 차오밍량 감독 등이 25번째 BIFF 개막을 축하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