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놀이 중 숨진 거제 중학생 사인은 뇌출혈?…유족 “CPR도 안해” 학교 대응 부실 반발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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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경남 거제의 한 중학교에서 친구와 공놀이 중 쓰러져 숨진 13세 남학생의 사인이 뇌출혈일 수 있다는 1차 부검의 소견이 나왔다. 유족은 학교 측이 사고 직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살릴 수 있었다고 반발, 논란이 일고 있다.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서 진행된 A(13) 군에 대한 부검 결과, 뇌출혈 흔적이 발견됐다. 뇌출혈은 뇌 조직 안의 혈관이 터져 손상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크게 외부 충격에 의한 출혈과 자발성 출혈로 구분된다.

A 군은 28일 오전 11시 40분께 점심 식사 후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친구들과 축구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하던 중 서너 발자국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바닥은 우레탄 탄성포장재가 깔린 상태였고 공에 맞거나 친구와 부딪히는 등 별다른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현재로선 뇌출혈을 직접적인 사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된다. 부검 결과와 수사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망원인을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은 학교의 허술한 초기 대응이 학생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족과 학교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함께 공놀이하던 친구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교사들은 곧장 현장으로 가 A 군의 상태를 살피고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곧이어 교내 보건교사가 응급처치를 했다. 보건교사는 119구급대와 통화하며 구급대 지시에 따라 몸을 옆으로 돌려 기도를 유지했다. 심폐소생술(CPR)은 하지 않았다. A 군이 의식은 희미하지만, 맥박과 호흡이 있어 CPR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A 군이 심정지 상태인 것을 확인, 심폐소생술을 한 뒤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구급차에는 마침 현장에 있던 A 군의 친형(3학년)이 구급대원 2명과 동승했다. 친형은 4교시 활동으로 축구를 하다 동생의 사고 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임과 부장교사는 자가용을 이용해 뒤따랐다. 이후 병원에 도착한 A 군은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30여 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에 유족 측은 “학교 측에서 심폐소생술 등 대처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살 수 있었다”면서 “구급차에 친형만 태워 보낸 것만 봐도 학교의 안전대책과 평소 교육이 미흡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거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의 초동조치 적절했는지 파악 중이다”고 밝혔다. 경찰도 사고 현장이 녹화된 CCTV를 확보해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도 교육청은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한 응급심리지원에 나섰다. 거제 Wee센터를 통해 1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애도 교육과 선별검사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학교체육 활동 중 사고 대비 매뉴얼을 일선 학교에 전파하고 응급상황 발생에 따른 대처요령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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