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예술로 부산 탐험하기… 부산비엔날레 8일 폐막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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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 크로그 묄레르 ‘한편 부산에서-책상 위에서의 여행’.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라세 크로그 묄레르 ‘한편 부산에서-책상 위에서의 여행’.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예술로 부산을 탐험하다.

2020 부산비엔날레가 오는 8일 막을 내린다.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를 주제로 한 부산비엔날레는 작가 11명이 쓴 시와 소설을 바탕으로 시각 예술과 음악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코로나로 직접 부산에 오지 못한 해외 작가들이 부산의 코디네이터를 통해 재료를 수집하고 작품을 완성하는 새로운 작업 방식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2020 부산비엔날레 8일 공식 폐막

부산행 좌절된 해외작가 부산 읽기

‘책상 위 여행법’‘집 안의 여행’으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작업 방식 실험


■부산현대미술관

2020 부산비엔날레 메인 전시장으로 7개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편혜영, 마크 본 슐레겔, 아말리에 스미스, 배수아, 김혜순, 이상우, 김숨의 시와 소설이 시각 예술로 변환돼 관객을 만난다.

우선 로비에선 요스 드 그뤼터와 헤럴드 타이스의 키네틱 조각 ‘몬도 카네’가 시선을 붙든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케이지 속에 가두고 관객이 모든 각도에서 그들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배지민이 광안대교와 덕천534번지를 그린 대형 수묵화가 압도한다. 배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의 근간이 된 문집의 삽화도 그렸다. 모니카 본비치니는 이탈리아 집의 뼈대를 원형 사이즈로 재현한 ‘벽이 계속 움직이면서’를 선보인다. ‘그는 그녀의 안락의자가 그 누구보다도 위안이 된다고 생각했다’ 등 집 안 곳곳에 숨겨진 문장에서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요스 드 그뤼터와 해럴드 타이스의 ‘몬도 카네’.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요스 드 그뤼터와 해럴드 타이스의 ‘몬도 카네’.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라세 크로그 묄레르의 ‘한편 부산에서-책상 위에서의 여행’은 코로나 시대의 여행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덴마크 오르후스에 거주하는 작가는 부산에 오지 않고도 부산을 탐험한 결과물을 전시한다. 같은 덴마크인인 야콥 파브리시우스 감독에게 전해 들은 부산, 자신이 구글로 탐색한 부산, 전시 팀을 통해 부산 시민이 그려 준 지도와 거리의 물건 등을 모았다. 러시아산 담배꽁초, 선박에서 나온 쓰레기 등이 부산의 해양성을 드러낸다. 전시 팀의 묘사만을 듣고 그린 중부경찰서, 크라운하버호텔, 문어 그림은 ‘텍스트의 시각화’라는 이번 전시의 전체 얼개와도 연결된다.

지하 전시장에선 부산 근대 미술가 임호의 작품을 만난다.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지난해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때 임호 작가를 알게 됐다. 을지로 3가를 담은 한국전쟁 전후의 드로잉 속 전봇대가 소설 ‘전기를 말하다’와 연결된다. 임호의 그림은 관람객에게 근대 부산의 풍경 자체를 보여 주는데, 이는 부산의 역사성과 이어진다. 김숨의 소설 ‘초록은 슬프다’를 주제로 한 작품이나 원도심 전시와 연결해 감상하면 더 좋다.

까미유 앙로 ‘2015년 10월의 별자리’.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까미유 앙로 ‘2015년 10월의 별자리’.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라즐로 모홀리-나기의 사진과 단채널비디오, 모홀리-나기의 영향을 받은 바바라 카스텐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까미유 앙로의 회전운동을 이용한 조이트로프 프로젝트 ‘2015년 10월의 별자리’는 감탄사를 부르는 인기 작품 중 하나다. 김혜순의 시를 작품화한 게리 비비는 조각품을 넣은 목상자에 콘크리트를 부어 부산으로 보냈다. 작품을 둘러싼 여백이 ‘시’처럼 느껴졌다는 작가는 작품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원도심 일대&영도 전시장

원도심 일대에서는 또따또가 갤러리, 40계단, 스페이스 닻, (구)한국은행 부산본부 야외, BNK 아트시네마 등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원도심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과 영도 전시장을 잇는 역할을 한다. 부산의 근대 역사를 품은 장소이면서, 작가들의 창작공간이기도 한 원도심은 이번 전시의 근간이 된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박솔뫼, 김금희, 안드레스 솔라노의 소설이 다뤄진다.

또따또가 전시장에서 한국 노원희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지즈 하자라는 권력 구조와 남용에 대한 작품을 선보인다. 에르칸 오즈겐의 ‘원더랜드’는 말하지 못하는 시리아 소년이 전쟁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을 담은 단채널비디오로 신체로 기억되는 전쟁과 공포를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트라우마를 담은 장민승의 ‘보이스리스-검은 나무여’로 이어진다. 40계단에서는 음악가 11명이 작업한 곡이 재생된다.


이요나의 ‘En Route Home’.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이요나의 ‘En Route Home’.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선박 기자재 창고를 이용한 영도 전시장은 김언수의 소설 ‘물개여관’을 다룬다. 이곳에서 권용주 작가의 인공 폭포와 함께 관람객을 사로잡는 작품이 이요나의 ‘En route home’.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를 이어서 창고 안에 또 하나의 집을 만들고 자유롭지만 통제된 이동을 끌어낸다. 스틸 파이프 곳곳에 부착된 매트리스, 수건, 국자, 컵라면, 파리채 등 일상 소품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어린 시절 영도에서 잠깐 살았다는 이요나 작가는 현재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다. 코로나로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집 안의 여행’이 가능함을 보여 준다. 특히 전시 팀에 공간 실측을 부탁해 전시장인 창고의 기존 구조물을 활용, 2층짜리 집을 만들려고 했으나 건축 안전 규정에 가로막혀 2층으로 가는 계단까지만 만들었다는 비화가 있다.

한편 2020 부산비엔날레는 온라인으로도 관람할 수 있다. 부산비엔날레 홈페이지(http://www.busanbiennale.org/kr/)에서 문집 오디오 북 듣기, 3D·비디오·오디오 전시 관람, 전시 감독이 각 전시장을 소개하는 ‘명탐정 야콥. 051’, 음악가들이 만든 ‘사운드 스케이프’가 서비스된다. 문의 051-503-6111.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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