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만 억울” 산재 적용 못 받는 대학 실험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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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대학교 전경. 부산일보DB

실험실 사고 10건 중 7건이 대학에서 발생하지만,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산재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해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부산대 제7공학관 고분자합성실험실 안에서 실험기구를 세척하던 20대 대학원생 A 씨가 얼굴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실험기구 안에 남아 있던 소량의 화학물질과 물이 닿으면서 화학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놀란 A 씨가 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과정에서 연기가 발생하면서 당시 건물 내에서는 대피 소동이 일기도 했다.


실험실 사고 69.6% 대학서 발생

학생 연구원 산재보험 가입 안 돼

수억 원 치료비 감당하기엔 벅차

국회서 산재 의무 가입 법안 발의


이처럼 대학 내 실험실에서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이 다치는 사고가 매년 100여 건 이상 발생한다. 지난해 12월에는 경북대 화학관 실험실에서 폭발 사고가 나면서 대학원생 3명과 대학생 1명이 다쳤다. 이 중 2명은 중증 화상을 입어 치료비만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한 공과대 대학원생인 김 모(28) 씨는 “언제 다칠지 모른다는 불안을 늘 안고 산다”고 말한다.

전혜숙(더불어민주당·서울 광진구)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실험실 안전사고 842건 중 대학 실험실에서 발생한 사고는 586건(69.6%)에 달한다. 피해자 수도 전체 923명 가운데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포함한 학생연구원이 637명(69%)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대학원생이나 대학생들은 연구에 참여하다 사고를 당하더라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학이 ‘연구활동종사자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으나, 치료비 지급 최고한도는 5000만 원에 그친다. 후유장해를 갖게 되거나, 사망할 경우에는 최대 2억 원까지 지급되지만, 경북대 화학관 폭발사고와 같은 수억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이에 연구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이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혜숙 의원은 지난달 이공계 대학원생과 같이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연구 활동에 종사자하는 이들도 산재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조지부는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대학원생 노조는 “많은 대학원생이 위험물질을 다루는 연구실에서 근무한다. 실험실 안전을 강화하고,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학생연구원들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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