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돌아와요 부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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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부산의 인구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1960년대 100만 명 수준이던 부산의 인구는 본격적인 근대 산업 발전을 거치면서 1970년대 200만 명, 1980년대 300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 시기 부산은 전국 산업 발전의 중심지로 수많은 공장과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최고의 호황기를 보냈다.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었는데 호남, 제주뿐 아니라 심지어 수도권에서도 이주하였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부산의 호황기는 사실상 끝이 났다. ICT(정보통신산업)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국적인 구조조정이 벌어졌고, 당시 전통 산업 중심이던 부산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쇠퇴기를 맞았다. 인구 측면에선 1995년이 정점이었다. 당시 389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후 계속 감소세로 지난달에는 340만 명 선이 붕괴했다.


산업구조 전환 실패로 도시 쇠퇴

부산의 개발행정도 함께 길 잃어

현대 도시는 공공서비스로 승부

장점 세일즈 통해 부산 홍보 절실

인구 확장기 때 관행·방식 바꿔야

삶의 질 위한 과감한 변혁 필요해


추락하는 도시에도 날개가 있을까?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시 당국의 여러 시도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인구 감소 시기 부산의 개발 행정은 길을 잃었다. 개발 행위라면 어떤 것도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던 것일까?

무분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녹지 지역의 과도한 용도 변경, 전국 최악의 스카이라인 훼손 행정, 엘시티처럼 불법적인 개발허가 승인 등 모두 도시의 적절한 성장을 저해하는 도시계획 행정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추락하는 부산의 날개가 되지 못했고, 오히려 부산의 추락을 부추긴 결과를 낳았던 듯하다.

혁신지수를 보여준다는 지역의 특허 출원율은 전국 대도시 중 부산이 가장 낮다. 청년 인구 유출률도 전국 7대 도시 중 1위이며, 행정안전부의 ‘지역안전지수’에서 부산의 자살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결과적으로 인구 유입은커녕 지역 내 인구 유출과 감소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카고대학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티부 교수는 이미 1950년대 지방정부에 의한 공공서비스 제공의 질이 지방도시로의 인구 유입을 결정할 것이라는 ‘티부 가설(Tiebout Hypothesis)’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개개인이 지역 간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자신의 선호에 맞는 지방정부를 택한다는 이른바 ‘발에 의한 투표(voting by feet)’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이에 따르면 최근 부산의 급격한 인구 감소는 적절한 공공서비스 제공 실패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인구의 유·출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산업체들은 새로운 인재를 얻기 위해 공공서비스의 질이 높은 현대 도시로 집중하고 있다.

현대 도시에서 공공서비스의 질은 단순히 아파트, 도로, 상하수도 시설 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최근 중요해지는 동네 도서관, 마을 주차장 등 생활SOC는 기본이며, 지역의 교육, 건강, 안전, 문화, 걷기 좋은 거리 등 ‘살기 좋은 도시’의 필수 요소들이 지역의 공공서비스 질을 결정한다.

현대의 도시들은 각기 장점을 내세우며 다양한 인구 유입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자신의 도시를 세일즈(sales)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많은 도시는 ‘자신의 도시로 이주해야 할 10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홍보한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시의 10가지 이유는 이렇다. 저렴한 주택과 강력한 지역사회 공동체 그리고 여유로운 문화, 높은 삶의 질, 건강한 삶, 좋은 음식, 아름다운 경관, 학교 시스템, 스포츠시티, 애완동물 키우기 좋은 도시다. 최근 부산, 서울도 미래 유산을 선정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인데 특히 부산은 20개의 미래 유산을 선정했다. 이 중에는 보수동 책방골목, 국제시장, 상해거리, 영도 선착장 등이 꼽혔다.

부산의 도시계획과 개발 행정도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한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작년 ‘부산시 도시계획의 새로운 방향’이라는 토론회에 참석한 부산의 도시계획 노학자의 토로가 눈길을 끌었다. “1960~70년대 인구의 폭발적 확장기에는 지금 시각으로 보면 과도한 주택 단지, 도로 개발과 같은 어쩔 수 없는 개발 행위가 있었다. 하지만 인구 감소기인 지금도 이런 방식을 지속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인구 감소기 도시계획의 방향과 성격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계속되는 아파트 개발을 위한 용도변경 요구와 이로 인한 경관 훼손을 마냥 지켜보거나 면죄부를 주는 개발주의 시대의 유산은 과감히 던져버려야 한다.

앞으로 도시계획은 부산 고유의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을 보전하여, 창의적인 사람과 기업이 저절로 모일 수 있는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으로 이사해야 할 10가지 이유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이유이고 또 그러한 이유에 꼭 맞게끔 부산을 계획하고 관리해야 한다. ‘돌아와요 부산에’를 흥얼거릴 만큼 좋은 부산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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