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세돈 교수 "한 달에 100조씩 빠져 위기…선별적 지원이 정답"
제13기 부산일보 CEO아카데미 21강.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제 피해 정도는 얼마나 될까.’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질문에 “거칠게 잡아도 한 달에 100조 원”이라는 답을 내놨다. 신 교수는 지난 연말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3기 부일CEO아카데미에서 강연하는 등 우리 경제 상황을 분석해 대중이 알기 쉽게 전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주체들의 연 매출은 대략 1경 정도인데, 코로나19의 피해 정도를 통계적으로 계산하면 연 매출 가운데 약 1200조 정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를 열두 달로 나누면 100조 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의 정도가 경제주체별로 다르다는 데 있다.
신 교수는 “전체 업종 가운데 40%가 매출이 전년 대비 30% 정도 줄었다고 한다”며 “이보다 더 크게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고, 경우에 따라 피해가 없었던 업종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난해 통계와 지난해 통계를 면밀히 비교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해야 한다”며 “선별적 지원이 아닌, 보편적 지원을 고수한다면 효과도 적을뿐더러 정부의 지출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미 일본식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제 성장곡선이 점진적으로 우하향하는 게 아니라, IMF나 금융위기처럼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덜컹거리며 급속도로 나빠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도 하나의 변곡점이 될 거라고 신 교수는 예상했다. 올해 경제 역시 세계 경기의 악화와 내수 침체, 과도한 정부 지출 등으로 좋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13기 부산일보 CEO아카데미 21강.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정종회 기자 jjh@
신 교수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통계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하는 성장 통계에는 ‘재고’라는 변수가 함께 포함된다”며 “재고가 쌓일수록 성장률이 높아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제대로 된 흐름을 파악하려면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재고 통계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는 신도시 건설, 신용카드 보급 등 다양한 경기부양 대책을 내놨지만 어느 것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환율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원화와 엔화 환율의 격차가 국내 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제13기 부산일보 CEO아카데미 21강.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정종회 기자 jjh@
1988년, 1995년, 2005~2007년 등 한국경제가 고꾸라졌던 변곡점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기조가 동반됐다. 원화가 강하면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진 오늘날에는 과거보다 환율정책의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신 교수는 “하지만 경제 정책에는 시차가 있어서 환율 격차에 따른 효과는 뒤늦게 따라온다”며 “정부가 환율정책에 관심을 잘 두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 교수는 미국 UCLA 대학원 경제학 박사를 수료한 뒤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금융감독원 등을 두루 거치고 현재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소문난 경제통이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미래통합당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