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한문 서체 단절 잇는 가교 됐으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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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한 서예교본 시리즈 20종을 발간한 허경무 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 국·한 서예교본 시리즈 20종을 발간한 허경무 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

“한글과 한문 서체의 특성과 예술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표준 서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육필서예교본을 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글 서체 정립과 한글문자예술의 세계화입니다.”

허경무 (사)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이 국·한 서예교본 시리즈 20종을 발간했다. 한글과 한문의 여러 서체를 망라한 육필교본이 드문 현실에서 서체별 특징을 비교할 수 있는 종합적인 교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허경무 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

국·한 서예교본 시리즈 20종 발간

서체별 특성 비교할 붓글씨 교본

한문 없는 한글 서예는 ‘사상누각’


허 이사장은 2006년 ‘조선 시대 한글서체 연구’를 주제로 부산대 국문과 박사학위를 딴 한글서체 분야 전문가다. 그는 40여 년간 한글을 연구하면서 〈훈민정음 해례본〉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훈민정음 언해본〉 등 수백 개의 고전문헌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한글서체는 크게 해례본체, 언해본체, 궁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언해본체와 궁체는 각각 정자, 흘림, 진흘림 3가지 서체 형태로 나뉘어 총 7가지로 분류됩니다.”

이번 시리즈의 방점은 한글 서체를 학문적으로 분류하고 한글 서예의 예술적·이론적 토대를 정리한 1~6권에 있다. 훈민정음해례본체, 훈민정음언해본체 정자, 훈민정음언해본체 흘림, 궁체 정자, 궁체 흘림, 궁체 진흘림의 구성 원칙과 제자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추사 김정희의 편지글에 나오는 언해본체 진흘림은 현대에 사용하지 않는 글자가 많아 출간을 잠시 미뤘다.

시리즈에는 각 서체 해설이 담겼다. 해례본체는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등 한글 창제 초기 판본이나 활자본으로 인출된 자료에 쓰인 서체다. 언해본체 정자는 한문 해서체에 익숙한 사대부들이 쓴 한글 붓글씨를 판각해 찍어낸 것이다. 언해본체 흘림은 한문 행서체에 익숙한 사대부들이 한글문서와 서간문에 많이 활용한 서체. 궁체는 왕궁에 있는 여성들에 의해 보급된 서체다.

시리즈 7권 ‘모공정’(주나라 금문 중에서 최고로 여겨지는 전서체 연구자료)부터 20권 ‘서보’(초서체로 쓴 서예 이론첩)까지는 한문 서체인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로 나눠 정리했다. 허 이사장은 한글 서체별 6종과 한문 서풍별 14종 등 총 20종을 손수 붓글씨로 써서 엮었다. 한글은 판본과 필사본 자료를, 한문은 비(돌에 새긴 글씨)와 첩(종이 글씨)을 참조했다.

한글과 한문 서예교본을 함께 낸 이유는 뭘까. “한문과 한글 분야로 단절된 서단이 통합하고 교류하는 토대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한문 서예에 천착하지 않고 한글 서예를 말하는 것은 사상누각입니다. 한글 문자 예술을 발전시키려면 한문 서예를 보는 예술적 시각을 키우고 분석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허 이사장은 경남 고성에서 국내 재야 한학의 최고 권위자 경파 허채 선생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 이미 한문과 서예를 두루 통달했다. 1970년대 후반 한글학자 허웅 선생의 강의를 접한 뒤 한글을 보는 시각을 넓혔고, 한글 궁체의 대가 이미경 선생으로부터 한글 궁체를 사사했다. (사)한국서체연구회의 전신인 한글서체연구회를 2003년 창립했다.

글·사진=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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