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이 부산 시총 1위에 오른 배경은?
시총 2조 원대로 올 하반기 부산 시총 1위 기업
외국인 지분 40%…“외국에서 더 평가받아”
“직원들의 기술력, 남다른 이익률 덕분에 성장”
리노공업 이채윤 대표 이사. 리노공업 제공
잘 나가는 상장 기업들을 제치고 부산 시가총액 1위 자리에 등극, 반년 가까이 지속해 온 리노공업(대표 이채윤)을 향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주목할만한 사실은 리노공업의 시총 선두 기간이 상당히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리노공업 약진의 배경이 뭘까.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리노공업은 부산에서는 드문 반도체 업종에 속한 기업이다.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에서 IT 반도체 테스트 장비인 프로브(PROBE) 핀과 이 제품의 패키지 성격인 테스트 소켓을 제조·판매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관련 시장을 장악해 왔다. 시장에서는 ‘프로브 핀’보다 ‘리노 핀’이라 부를 정도다.
리노공업의 시총은 올 들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올 6월 BNK금융지주의 시총을 뛰어넘은 리노공업은 지난달 30일까지 5개월 넘게 부산 시총 1위 기업 자리를 지켰다. 종가로는 연중 최고가를 찍은 올 8월 6일에는 14만 2500월을 기록, 시총이 2조1720억 원에 달했다. 7월 28일 16만 8000원으로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을 때는 2조 5607억 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5년간 리노공업 시총 추이를 보면 올해 성장이 얼마나 비약적인지 잘 나타난다. 리노공업 시총은 연말 기준으로 2016년 6607억 원, 2017년 8764억 원, 2018년 7171억 원, 지난해 9800억 원 등을 기록했으니 시총만 놓고 볼 때 올해에만 2.5배 안팎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리노공업의 약진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의 높은 평가를 이유로 든다. “우리 회사는 외국인들이 더 알아줍니다. 외국인들이 회사 재무 상태, 성장률, 단기순이익을 보고 투자에 나서는 거죠.” 이 회사 이채윤 대표의 평가도 비슷하다. 실제 리노공업의 외국인 지분은 42%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역 제조 기업 중 이 같은 외국인 지분 투자율을 갖춘 곳은 드물다. 현재 20%선인 국내 기관 투자자 비율보다도 훨씬 높은 상황이다.
실제 리노공업의 실적 상승은 놀랍다. 2014년 934억, 327억이던 이 회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1703억, 641억으로 배가량 커지는 등 매년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률이 30~40%를 오르내릴 정도로 뛰어나다.
“기술력이 있기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쌓은 덕분이라고 봅니다. 20년 전만 해도 일본 기술을 베껴 오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지금 우리 기업의 성장은) 그동안 우리 제품을 만들려고 꾸준히 애써 우리만의 제품을 갖게 된 덕분입니다.” 이 대표의 말처럼 기업 내부적으로는 직원 개개인이 갖춘 숙련도와 노하우를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수도권 대학 출신 직원은 아예 없고, 모두 부산 지역 대학 인재들이 와서 이룬 성과”라며 “회사에 입사해 교육하고 키우면 누구나 인재”라고 자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리노공업 직원 500여 명의 근속연수는 10년이 넘는다.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150명가량이나 된다. 이들 ‘붙박이’ 직원들이 오랜 기간 기술을 쌓았고 그 축적된 기술로 새 제품, 새 분야 진출의 길을 놓았다는 설명이다.
리노공업이 직원 이직율이 낮은 딴딴한 기업으로 남을 수 있는 데는 대기업 못지 않은 수준의 연봉으로 직원들을 대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직원 평균 연봉은 6500만 원에 육박하는데 부산 제조업체로는 최상위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리노공업은 반도체 분야를 넘어 의료 업계나 자동차 산업에도 진출하는 등 새 분야 발굴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 특유의 고밀도, 초정밀 기기를 만들어내는 기술력은 전자 부품 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여러 분야 진출도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전문 연구인력만 40명이 넘는다. 실제 올해의 경우 수 년 전부터 진출한 의료기기 분야에서만 매출 200억 원가량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노공업의 성장을 보고 적지 않은 경쟁업체들이 생겨났지만 오랜 기간 기술력을 쌓아온 리노공업을 흔들지는 못하는 양상이다. 주요 기술에선 차이가 있다고 하나 이익률에서는 장기간 내부 시스템을 갖춰온 리노공업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적으로 비슷한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도 하루 아침에 우리만큼 이익률을 낼 수는 없다”면서 “직원들과 함께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