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49) 에밀리 킹 ‘Sce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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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을 모르고 지낼 수는 있어도 만약 알게 된다면 단번에 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에밀리 킹(Emily King)에 관해 한 줄의 글로 써야 한다면 저는 이렇게 적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아주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음악을 선보여온 아티스트이지요.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2007년 데뷔 앨범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발매하며 그해의 그래미 ‘베스트 컨템포러리 리듬엔 블루스’ 후보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로 데뷔와 동시에 그 실력을 인정받습니다.

재즈 뮤지션인 부모님을 둔 그는 뉴욕에서 태어나 자라며 뉴욕의 클럽에서 노래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그의 정규 레코딩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클럽 무대에서 진지한 표정과 몸짓으로 관객을 이끄는 뮤지션의 모습이 떠오르게 됩니다.

특히 ‘에밀리 킹’의 음악에 빠지게 된 국내 음악 팬이라면 2015년 정규 앨범에 수록된 ‘Distance’를 기억할 텐데요. 복고적이면서도 재즈, 리듬앤 블루스, 포크 등 수 많은 장르 음악이 향이 한번에 스쳐 지나가는 그의 음악은 리듬앤 블루스라고만 한정 짓기에는 너무나 풍부한 향으로 가득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모든 앨범과 모든 수록곡이 전부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그 취향이 어떻든 간에 우리가 한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해 모든 곡이 다 좋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경우가 사실 흔한 경우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의 음악이 정말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있더라도 한번 듣게 된다면 그의 음악을 다 들어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요.

무엇보다 제가 그의 음악을 가장 손꼽는 큰 이유는 이 음악들이 정말 멋진 ‘댄스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댄스 음악하면 흔히 떠오르는 일렉트로닉의 사운드의 격렬한 향연이 연상되는 장르적 얘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우리가 정말 춤을 춘다면 가장 춤추고 싶게 하는 음악이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그의 음악은 속도가 절대 빠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춤을 추기에는 다소 느리지 않나 싶을 만큼 여유롭습니다. 그러나 참 신기하게도 그 어떤 빠르고 격정적인 음악보다 사람의 몸짓과 흥겨움을 유도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듣는이를 사색에 빠지게 할 만큼 따듯한 온기 역시 가득하지요.

우리에게 올해 연말은 주위의 사랑하는 이들과 또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가 무색하게 할 정도로 그 어느 때 보다 각박합니다. 많은 분이 걱정스러움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실 텐데요. 어떤 사람들은 서로 영상을 통해 각자의 공간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눌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누군가는 각자의 집에서 가족만의 조촐한 연말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에밀리 킹의 2019년 작 ‘Scenery’는 올 연말 가장 멋진 순간을 함께하는 음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언택트 시대의 연말 파티를 위한 가장 흥겹고 따듯한 음악으로 이번 주에 추천해 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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