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통한 문화교류 ‘불교의 바닷길’을 보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립해양박물관 기획전시 ‘불교의 바닷길’
해양 불교만을 주제로 내년 3월 1일까지
76건, 119점 자료 토대로 3부로 나눠 보여줘

연화사 천수관음도.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연화사 천수관음도.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화계사 목조관음보살좌상.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화계사 목조관음보살좌상.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현등사 수월관음도.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현등사 수월관음도.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거친 파도 소리(해조음)와 윤슬처럼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관세음보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불교에서는 해조음을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크고 우렁차게 설법하는 관세음보살의 소리라 했던가? 저 멀리서부터 들리던 대북 소리도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과거 바다를 통한 불교의 문화 교류가 그랬던 것처럼…. 국립해양박물관 기획전시 ‘불교의 바닷길’에서 맞닥뜨린 첫 풍경이다.

‘불교의 바닷길’은 역사상 문화 교류의 큰 축을 담당했던 불교의 해상 발자취를 더듬고 느낄 수 있는 전시로 내년 3월 1일까지 펼쳐진다. 국립해양박물관 윤리나 학예연구실장은 “무엇보다 해양 불교만을 주제로 다뤘다는 점, 바다를 매개로 불교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고 말했다.

문명의 여명기부터 인류는 육로와 해로를 통해 다양한 교류를 했다. 동·서양은 실크로드라 부르는 초원길, 그리고 사막길과 바닷길을 통해 교류했다. 이 중 바닷길은 규모와 경제적인 면에서 육로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7세기 이후엔 점차 육로를 대신하는 해상 무역 시대가 열린다. 특히 조선술과 항해술 발달로 바닷길은 더 빨라졌다. 이로 인해 불교의 사상과 문화도 바닷길을 타고 자연스럽게 확산되었다.

이번 기획 전시는 이렇게 바다를 통한 불교의 문화 교류를 총 76건, 119점의 자료를 토대로 3부로 나눠 보여준다.

1부 ‘불교, 새로운 문화 수용’에서는 석가모니의 깨달음과 경전 제작을 위한 제자들의 결의, 세계 종교로의 전파 경로 등을 보여준다. 기원전 3세기경 전쟁으로 인도를 통일한 아소카왕은 불교에 의한 통치로 민심을 수습하고 제국을 통합하고자 했다. 이에 불교 경전을 재정비하고 스리랑카, 그리스 등 유라시아 각지에 공식 불교 포교단을 파견, 불교문화를 전파한다. 해인사 성보박물관에서 대여한 팔리어 대장경과 티베트 대장경이 눈길을 끈다. 불교 법회 때 대중을 모이게 하는데 사용된 ‘법라’(法螺)도 만난다.

2부 ‘교류, 바닷길을 따라’에서는 문화교류로 견문이 확대되고, 항해를 통해 불교문화를 수용했던 발자취를 더듬는다. 인도 및 동남아시아 주변국과 사신들은 해로로 왕래하며 중국에 불교 의례품을 진상했고, 중국은 우리나라에 사신을 보내 불교문화를 전파했다. 이러한 사절단의 모습은 ‘번한이관제사십이국인물도설’(후대 모사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역로를 통한 구법(求法·부처의 진리를 구함) 여행과 여행기, 바닷길의 확산을 가져온 천체관측기구(아스트롤라베, 혼개통헌의 등)를 통해 항해술의 발전 모습도 들여다볼 수 있다.

3부 ‘불교, 바다를 향한 간절함’에서는 불교 관련 해양설화, 바다를 통해 전해진 팔만대장경 이야기를 소개한다. 17세기 조선 숙종 때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선이 전라도 나주에 표류하면서 ‘가흥대장경’(嘉興大藏經)이 해안으로 유입됐고, 이를 재판각하면서 조선 후기 불교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 해상 사고로 인한 표류인과 인질로 끌려간 조선인 송환 등을 위해 조선시대 외교 정책의 하나로 일본에 대장경을 전파했다는 기록도 있다.

국립해양박물관 김진옥 학예사는 “바닷길의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관음 신앙도 경전과 불화 등을 통해 볼 수 있다”면서 “특히 목조관음보살좌상(화계사), 수월관음도(현등사)와 천수관음도(연화사)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불교의 해양 교류, 그걸 느끼고 싶다면….▶국립해양박물관 기획 전시 ‘불교의 바닷길’= 2021년 3월 1일까지(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 무료. 051-309-1900.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