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서 막히는 ‘출구폐쇄 변비’ 오래두면 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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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류, 장류, 직장탈출 등으로 인한 해부학적 변형이 심한 출구폐쇄 변비는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출구폐쇄 변비 수술을 진행 중인 부산제2항운병원 황성환 원장팀. 부산제2항운병원 제공

56세 여성 A 씨는 변을 보려면 뭔가 막힌 듯 단단해서 힘들거나 변을 보고도 시원하지 않았다. 변을 봐도 금세 다시 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들어 아침에 화장실을 2~3차례 다녀와야 묵직한 기분이 해소됐다. 비데나 마사지를 통해서 자극을 줘야 겨우 변을 보게 됐고, 그나마도 시원찮아 수시로 관장을 하기도 했다. 아침에 제대로 변을 보지 않으면 하루 종일 찜찜한 느낌과 뱃속이 부글거리는 불편을 겪었다.

이런 증상이 오래되면서 가스를 배출하려면 자신도 모르게 팬티에 변물이 묻는 증상까지 생기자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겹쳐 매일 불안감에 빠지게 됐다.

견디다 못한 A 씨는 주위에 수소문해 대장항문 병원의 골반저 클리닉을 찾았다. 몇 가지 정밀검사 끝에 A 씨는 ‘출구폐쇄 변비’라는 다소 생소한 진단을 받았다. 이후 수술을 하고 식생활·배변습관 조절, 골반근육 강화 운동 같은 지지요법과 재활을 통해 정상적인 배변 감각을 되찾았고 규칙적인 배변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A 씨는 조금 늦게 병원을 찾는 바람에 정신과 치료도 함께 받아야 했다.

체신경 감각·운동회복 지연 초래
가급적 치료 서두르는 게 좋아

골반 바닥 기능장애로 발생
지지요법·약물치료 등 순차 진행
해부학적 변형 심하면 수술

■골반 바닥 기능장애로 발생

변비는 기본적으로 변 습관이 나빠서 발생한다. 사람은 길거리나 들판 등 아무데서나 변을 볼 수 없기에 변기가 있는 장소(화장실)에서 변을 보게 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때로는 변의를 묵살하거나 아침식사를 거르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기도 한다. 식이섬유 섭취도 부족해지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변을 굳게 하는 약물을 상습 복용하거나 치질·항문 협착 등이 동반되며 변비를 겪게 된다.

변비를 오래 방치하게 되면 장의 운동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항문과 직장 주위에 해부학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장의 운동성이 떨어지면 분변이 장을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겨우 항문 가까이 도달해도 배출이 힘든 경우가 많다. 장의 운동성이 떨어져서 배변에 어려움을 겪는 변비를 ‘서행성 변비’라 한다.

이와 달리 직장까지는 변이 잘 내려오지만 배출이 어려운 경우를 ‘출구폐쇄 변비’라 한다. 출구폐쇄 변비는 골반 바닥의 기능장애로 발생하며, 배변 시도 중에 대변의 흐름이 물리적으로 막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대변의 내용물이 직장에서 완전히 배출되지 못하고 배변 때 압박감, 막힌 느낌이 든다. 자극을 가해야 겨우 변을 볼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

출구폐쇄 변비의 원인으로는 직장류, 장류, 구불 결장류, 직장중첩, 직장탈출 등이 있다. 이들 증상의 특징은 직장·장·결장이 늘어나 변의 통과 경로를 막으면서 배출을 어렵게 한다. 치질이나 항문 협착, 직장암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대개 출산과 노화가 변비를 유발한다. 출산으로 인한 손상과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가 항문·직장 주위의 괄약근과 질 벽의 약화를 초래해 변비로 이어진다.



■배변조영 검사 등으로 원인 찾아 치료

출구폐쇄 변비는 대장 내시경, 항문 초음파, 배변조영 검사, 항문내압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직장류, 직장중첩, 장류, 직장탈출 등이 의심되면 추가적인 복부 단층촬영이나 골반 MRI 검사 등을 통해 동반 질환의 유무를 파악한다. 변실금이 동반되는 경우는 음부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진단에 따라 지지요법과 약물치료, 골반근육 강화 운동 등 보존적 치료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은 “환자 개개인의 변비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전체 치료 방향을 설계해야 한다. 치료 알고리즘을 미리 정리하고 치료 계획을 이해하는 것이 결과를 양호하게 만든다”면서 “수술해야만 해결될 경우 지지요법과 약물치료를 우선하는 것은 시간과 경제적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지요법은 음식이나 수분 섭취와 배변 활동 관리를 통한 증상의 개선을 목표로 한다. 스스로 어떤 음식이 배변 장애를 유발하는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수분 섭취는 무한정 할 수 없는 노릇이므로 따뜻한 차와 같이 장 운동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 배변활동 관리는 규칙적으로 장을 비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처음 일정기간 관장의 도움을 받아 규칙적인 자극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침 배변을 위해 물을 마시는 것도 좋다. 약물치료와 골반근육 강화 운동 등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해부학적 변형 심할 땐 반드시 수술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직장류, 장류, 직장탈출, 직장중첩 등으로 인한 해부학적인 변형이 심하고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수술에는 항문·회음을 통한 방법과 복강을 통한 방법이 있다. 복강 수술법은 복강경 수술 기술이 보편화되어 있어 거의 개복 없이 시행한다.

황성환 원장은 “보통 한 가지 방법으로 호전되지 않는 수가 많다. 수술 후 지지요법이나 골반근육 강화 운동 같은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을 병행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출구폐쇄 변비를 오래 방치하면 조직 약화와 함께 음부신경증을 동반해 체신경 감각·운동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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