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료원 “방역 최전선에서 시민 건강권 지켜내겠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는 부산의료원 의료진들이 지난 10월 4일 ‘천사데이’를 맞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올해 4월 19일 부산의료원은 긴장에 휩싸였다.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지난 2월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래 음압병동과 선별진료소, 국민안심병원, 안심진료소를 운영하면서 원내 감염관리에 만전을 기했으나, 구멍이 뚫린 셈이다. 다행히 간호사는 2주 만에 건강을 회복했고 더 이상의 직원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의료원 측엔 다시금 방역망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부산의료원은 신종플루, 메르스 등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 관련 교육과 시설 개선, 감염관리 시스템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전 직원 대상 보호구 착·탈의 교육을 매일 수차례 반복했고, 모의훈련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대응 숙련도는 올해 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분자진단검사실 새로 설치
이달 중으로 감염 자체 검사
본관과 분리되는 호흡기센터
신종 감염병 전담시설 활용 등
감염관리 시스템 구축에 전력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는 부산의료원 의료진들이 지난 10월 4일 ‘천사데이’를 맞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령의 환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의료진. 부산의료원 제공
■코로나19에 맞선 진료환경 구축
직원들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직원식당과 회의실 내 거리 두기를 일찌감치 생활화하고 있다. 내원객이 많은 진료실과 시설은 매일 소독하며, 음압병상 투입 인력에 대해선 월 1회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은 수시로 훈증소독하고 헤파필터를 교체하는 등 세심하고 철저한 관리로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부산의료원 내 감염관리를 총괄하는 감염관리과 직원들은 이전의 신종 감염병 발현 때마다 대응을 함께한 베테랑들이라 코로나19 공세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부산의료원은 1년 가까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확진자 진료에 총력을 기울였다. 확진자 발생 추이에 맞춰 음압병상과 일반병상을 운영하다 보니 4차례나 병상 관련 공사를 진행했다. 발생 초기 음압병상을 늘렸다가 확진자가 줄었을 땐 줄였고, 최근엔 다시 음압병상을 늘려 현재 259병상을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의료진뿐만 아니라 시설·미화·방역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피로도도 상당하다.
부산의료원 이경미 홍보실장은 “한 번은 밀폐격벽을 철거하는 공사업체 직원들이 건너편 병동에 있던 전신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을 보고 모두 철수해버려 시설과 직원들이 밤샘작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에서 전원 온 고령의 치매 환자들의 경우 식사수발부터 기저귀 교환까지 요양보호사가 할 일을 의료진이 감당해야 한다.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을 꼬집거나 할퀴는 환자도 있어 감염에 노출되는 위험도 감수하곤 한다. 몇 번이고 피부가 벗겨진 손, 추운 날씨에도 땀으로 흥건히 젖은 보호복은 음압병동 내 사투를 상징한다. 이런 노력으로 지금까지 의료원은 1250여 명(12월 17일 기준)의 확진자를 진료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는 부산의료원 의료진들이 지난 10월 4일 ‘천사데이’를 맞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분자진단검사실 모습. 부산의료원 제공
■분자진단검사실 신설
부산의료원은 최근 ‘분자진단검사실’을 새로 설치했다. 그동안 외부에 맡겼던 코로나19 검사를 의료원 자체에서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T-PCR)로 가능하게 됐다.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T-PCR)란 특이 유전자를 실시간으로 증폭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의 표준 검사법으로 평가받는다. 별도의 검사장비와 감염 예방 시설이 갖춰진 검사실에서만 가능하다.
부산의료원은 이달 중 외부정도관리 평가와 코로나19 검사가능기관 인증을 받은 후 분자진단검사실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분자진단검사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 검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향후 겨울철 수요에 따라 검사량을 더욱 늘릴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분자진단검사실을 통해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 간염 바이러스 등 다양한 감염 원인병원체에 대한 진단검사가 정확하고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본관과 분리되는 호흡기센터 신축
부산의료원은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본관 건물과 분리 운영할 수 있는 ‘호흡기센터’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 48병상의 호흡기센터에는 음압입원실, 음압수술실, 음압투석실을 포함해 최신 영상 및 검사장비가 도입된다.
평상시에는 결핵, 인플루엔자 등과 같은 호흡기 질환자를 진료하다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호흡기센터 전체 병상을 감염병 환자 전담시설로 활용한다. 본관과 분리된 공간에 설치되므로 갑작스러운 진료 공백 해소와 교차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업계획은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았고, 2023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에 설계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유행의 감염병이 발생하면 부산 확진자 대부분이 의료원에 입원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감염병 대응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이 확진될 경우 코호트 격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별도 공간의 호흡기 센터는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전 직원이 최고 수준인 3단계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시민의 건강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시민과 함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