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자치를 중앙에 맡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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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김해시의회 의원


지난 17일 저녁,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대강당에선 발제·토론자 10여 명이 열띤 포럼을 열었다. 방역 때문에 모든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다 썼고, 또 다른 관심을 가진 회원들은 온라인 회의 앱으로 참여했다. 주제는 ‘지방자치법 개정과 시민사회의 대응’ 이었다.

참가자들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전향적이긴 해도,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근본인 ‘자치와 자율의 실현’이 아니라 ‘중앙이 허락하고 베푸는 범위 내에서의 행정 분권’ 정도로 보는 국회와 정치권의 시각이 여전히 녹아있다는 데 공감했다. 그래서 앞으로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면 국회와 중앙 정치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적인 사례로 법안 41조에서 “지방의회의원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의회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다”고 하고,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며, 직급·직무 및 임용절차 등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겉으로는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 이라고 내세웠지만 인원수를 “의원 정수의 절반”으로 정하고, 처우와 임용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하니, 지방자치를 중앙의 지시와 규제에 따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또 행정안전부가 시범 실시해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를 전혀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도, 주민자치회 정착을 지방자치의 중요한 방안으로 기대했던 시민사회의 바람을 무시한 것이었다.

국회는 왜 지방자치를 놓치지 않으려 할까? 말로는 ‘연방제 수준 지방자치’를 들먹이면서 왜 지방에 재량권을 주지 않으려 할까? 이게 권력의 속성인가?

생각은 애초 지방자치를 중앙이 해줄 것이라 기대해선 안 된다는 데 도달한다. 지방자치는 쟁취하는 것이며, 중앙을 견제해야 획득하는 것이어서, 지방이 단결해 중앙을 견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중앙과 지방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견제·균형 속에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자.

독일에는 연방의회에 상원의회가 있다. 이 연방상원의회는 연방 각 주 대표들이 나와 구성하는데, 16개 주에서 인구에 따라 3~6인씩의 상원의원이 대표로 파견된 69명으로 구성된다. 연방하원에서 올라온 법안과 정책을 심의·의결한다. 이렇게 하니 지방자치가 보장될 수 밖에 없고, 지방이 중앙을 견제하는 체제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국회가 일방적으로 지방자치 절차와 방법 자체를 규제하고 푸는 법적 구조다. 지방을 대표하는 의석. 지방자치를 대변하는 의석이 국회 내에 하나라도 있는가? 의석 정도가 아니라 무게 있는 공식 협의구조도 전무하다. 이래서는 지방자치 정신이 실현될 리 만무하다. 그래서 국회 안에 지방을 대변·대표하는 의석을 만들어 지방자치 관련 사항을 언제든 다루게 하면 지금과 같은 중앙 지시에 따라야 하는 일방적인 지방자치가 되진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런 제도는 국회와 지방의회, 지방정부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개편하는 일이므로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필수다.

이번 전부개정 지방자치법의 부칙 1조에는 ‘이 법은 공포 1년 후부터 시행한다’ 고 되어 있다. 1년 동안 준비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제 앞으로 1년 동안 지방자치를 염원하는 시민들은 좀 더 적극적인 대결 자세로 지방자치를 쟁취하기 위해 나서기를 바란다.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 학자들은 물론이다. 이번 계기에 함께 토론하고, 충분히 대화를 나눠 중론을 모으자. 이런 과정을 통해 중앙을 견제하는 지방자치, 중앙과 지방의 균형이 제대로 잡힌 지방자치를 실현하도록 나서기를 기원한다. ‘중앙 초집중과 지방 소멸’을 걱정하면서도 중앙의 손에 지방을 맡겨두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은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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