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단편소설 심사평]안정된 문장·긴밀한 서사에 좋은 점수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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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을 거친 9편 가운데 남겨진 작품은 4편이다. 모두 일정한 수준의 문장력과 구성력을 보였다. ‘모나리자’(신나리)는 인공지능 시대 화가의 운명을 예견한 SF로 인물과 사건 서술에 있어서 밀도가 다소 떨어졌다. 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청년의 꿈과 좌절을 우주에 대한 공상과 병치한 ‘플라이 바이’(배은정)는 소설적 발상의 참신함이 돋보였으나 처음과 끝의 서술을 더 단단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사프나’(김호)는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라다크 히말라야에 이르는 여로를 구체적인 과정을 통해 서술하였으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죽은 이주여성의 삶이 다소 모호하게 처리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리가 아는 우리의 모든 것’(이지은)은 다른 3편의 작품에 비하여 안정된 서술을 주목하게 하였다. 등장인물들이 상처와 고통을 서로 이해하고 감응하는 과정이 구체적인 세목을 통해 잘 그려졌고, 성 정체성을 고뇌하는 인물 창조라는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글쓴이가 서사를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우리는 소재나 기법의 새로움에 이끌리기보다 안정된 문장과 긴밀한 서사에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가열찬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정찬 구모룡 정영선 김경연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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