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시조 심사평]평범한 언어가 연주해 내는 노마드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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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걸 이우걸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응모 시조작품들은 대체로 평이했다. 긍정적인 면은 소재 개척에 힘을 쏟고 있고 시절을 노래하는 시라는 사실을 터득하고 그에 부응하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부정적인 면에서는 자수로만 해결될 수 없는 운율의 묘미를 경시하는 듯한 작품들이 적지 않고 실험적인 몸부림을 시도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선자가 주의 깊게 읽었던 작품으로는 ‘수어 배우기’ ‘명태, 동안거 해제’ ‘비단왕거미의 건축학’ ‘햇빛 의자’ ‘코로나 블루’ ‘플라멩코’ 등 6편이었다.

이 작품들은 각각의 장기를 보여주고 있다. 섬세한 언어미학을 보여주는 작품, 연시조의 구성능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 예리한 관찰력을 보여주는 작품, 안정적인 작품, 어사 동원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 또 이색적인 소재를 노래하는 작품 등이 그 장기의 세목이다.

다시 당선작 한 편을 뽑기 위해 고심했다. 결국 그 영광은 ‘플라멩코’에게 돌아갔다. 가장 실험적이고 새롭게 읽힌다는 점에서였다. 이 작품은 종결어미 ‘요’의 반복이 빚어내는 운문적 묘미와 평범한 언어들이 연주해 내는 대화체의 노마드적 상상력이 매력적이다.

틀에 짜여있는 현실에서 자유의 갈구는 시대에 어울리고, 무겁다면 한없이 무거운 그 주제를 이 작품은 무겁지 않게 노래한다. 최정희 시인에게 축하와 아울러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이우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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