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시 심사평]호흡·이미지, 얽매임 없고 자유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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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응모작들은 폭넓은 시적 탐색을 담고 있었다. 생활의 감정을 담은 시편들은 진정성은 있으되 대체로 상식적이거나 평이했고, 현란한 언어와 이미지를 보여주는 시편들은 수사(修辭)의 영역을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시들은 삶의 내면과 그 너머를 응시하는 눈길이 매혹적이었으나 미학적 형상화가 부족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마지막에 남은 작품들은 ‘위시본’ ‘흑백극장’ ‘물사람’ ‘그후’ ‘변성기’였다. 심사자들의 기대가 높았던 탓이었을까? 꽤 오랜 시간 숙의를 해야 했다. ‘위시본’은 흥미로운 제재를 입체적으로 펼쳐 내는 상상력을 보여주었지만 다소 현학적이고 사변적이었다. ‘흑백극장’은 간명한 언어와 이미지의 전개가 장점이었는데, 입체적 확산의 힘이 모자랐다. ‘물사람’은 차분하되 정서적 흡인력이 강했다. 잘 익은 서정의 세계를 보여주었으나 소품으로 그친 게 아쉬웠다. ‘그후‘는 남다른 시적 깊이와 인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마지막 2행- 결말이 아쉬웠다.

‘변성기’는 일견 조금 서툴고 추상적인 시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려는 시도가 있다. 호흡과 이미지도 얽매임이 없이 자유롭고, 상상력의 폭이 크다. 심사자들은 기존의 문법에 익숙한 잘 다듬어진 시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를 선정하기로 했다. 시는 카오스의 세계에서 코스모스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한다. 보다 힘찬 모험을 통해 유니크한 시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박태일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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