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시 당선소감]지금껏처럼 앞으로도 시는 내 편이 아니길
김수원
나는 너무 반듯하다. 아버지가 내게 남긴 유일한 유산이다.
그런 나를 버리기 위해 지금껏 시를 썼다. 구겨버린 가족사진처럼, 기형적으로 구겨진 사진 속 미소처럼 나는 나로부터 낯설어지고 싶었다.
오빠가 죽었을 때, 내 시는 울음 속에서 질척거렸고 아버지가 오빠를 뒤쫓아 갔을 때는 딸꾹질만 해댔다. 죽음은 쉬운 거네, 몇 해 휘갈기는 동안 딸꾹질도 그치고 울음도 그치고, 시가 '곁'이라는 걸 그때 느꼈다.
그로부터 나는 나를 죽이는 일에 몰두한다. 내가 곁이 될 때까지.
시의 곁에 작은 자리를 마련해 준 부산일보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고 8년, 서두르는 마음을 눌러 준 정봉석 교수님을 비롯한 동아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시를 놓지 않도록 독려해 준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유병근 선생님이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기원드린다. 함께 문학을 찢어발겨 준 벗들과 동아대 글패고갱이들, 그리고 시 앞에서 독해지자던 진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가족은 나의 무한 동지다.
지금껏 시는 내 편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내 편이 아니길 바란다.
약력: 1971년 경남 고성 출생, 본명 김경숙, 동아대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수료, 동아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