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동화 당선 소감]깃발 꽂을 한 뼘 영토 가질 수 있게 돼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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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이재민

간절히 영토를 찾아다녔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깃발을 꽂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동백섬 솔바람이 바다 냄새를 몰고 와 몸을 휘감았습니다. 조금은 사악해졌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솔밭을 걸었습니다. 그곳엔 아직 한 아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바닷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연신 걷어 올리는 아이. 아이는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 조각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바위에 엎드려 손바닥으로 꼭 누른 종이에 바다를 풀어놓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늘 스스로를 비난했습니다. 두려움과 체념이 피부병처럼 온 몸에 퍼질 무렵, 그 아이는 비로소 한 뼘 영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의자를 사야겠습니다. 의자를 매고 바다로 달려갈 것입니다. 마감 시간 임박하게 원고를 제출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는 평화로웠고 노을은 이미 어둠에 묻혔습니다. 자비를 구할 곳이 없었다면 혼자 얼마나 허무하고 비참했을까.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서 2022년 신춘문예를 기약했습니다.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바랐던 일이었지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깃발을 꽂도록 허락해 주신 안미란 선생님, 박선미 선생님 고맙습니다. 동화와 글벗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신 김재원 선생님과 문학 공부의 등대가 되어 주신 김문홍 선생님, 감사합니다. 무조건 지지자인 착한 남편 안드레아 씨, 그리고 글벗님들 사랑합니다. 내가 아닌 또 다른 하나의 사람이 되어, 하나의 어린 아이가 되어 쓰는 일을 기꺼이 이어 가겠습니다.

약력: 1964년 부산 출생, 2016년 ‘경남문학’ 동화부문 신인상, 창원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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