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삶은 계속된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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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문화부장

신축년(辛丑年) 첫날도 ‘언택트’(비대면)로 시작됐다. 2020년 마지막과 2021년 새해 시작을 알리는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현장이 아닌 온라인에서 사전 제작 영상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언택트 열풍이 더 확산할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 주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많은 이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예술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공연이 취소되거나 거리 두기를 통해 관객 일부분만 입장할 수 있었고, 언택트 방식으로 급선회하는 경우도 많았다.


코로나19, 문화예술계에 직격탄

지난해 극장 매출 73%나 줄어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영화 많아

영상콘텐츠 중심 OTT로 급속 이동

언택트 시대 인간적 접촉 보완해야

신축년엔 소중한 일상 회복했으면


특히 영화산업은 2020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20 한국영화산업 가결산’을 발표했다. 지난해 영화산업 추정 매출액은 9132억 원으로 2019년 2조 5093억 원보다 63.6%나 감소했다. 극장가 연말 특수는 사라졌고 재개봉이나 특별상영으로만 명맥을 이어가야 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극장 매출은 2020년엔 5100억 원에 그쳐 2019년 1조 9140억 원에 비해 무려 73.3%가 줄어들었다.

극장 관객이 줄어들자,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대표적인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 공개를 택한 영화가 속출하고 있다. 영화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를 비롯해 제작비 240억 원의 SF 블록버스터 ‘승리호’가 넷플릭스와 계약을 마쳤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산업 변화의 축을 OTT로 급속히 이동시켰다. OTT는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인터넷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코로나19로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50~60대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기존의 TV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들을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들을 통해 TV보다 더 저렴하게, 화질은 높게,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 안성민 트렌드 전문가는 저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마이크로 트렌드〉에서 넷플릭스가 OTT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본다. 한 달에 7.99달러의 요금(최저 해상도 기준)만 내면 무제한으로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을 시청할 수 있다.

‘언택트’ 기술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조명받은 트렌드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택트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인간과의 단절이나 대체가 아니라, 인간적인 접촉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휴먼터치(Human Touch)’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이에 대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적 센스를 기계가 결코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도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유명한 넷플릭스도 예외가 아니다. 넷플릭스에는 ‘태거(tagger)’라고 불리는 영상 콘텐츠 분석 전문가들이 있다.

태거들은 영화·방송 업계에서 5년 이상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콘텐츠에 관한 높은 수준의 지식과 함께 콘텐츠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구별하는 능력과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의 본질적 특성을 추출해서 간결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겸비한다. 이처럼 디테일한 작업은 인공지능이 수행하기 어려우며, 오롯이 경험이 풍부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넷플릭스 큐레이션의 탁월성은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극도로 잘게 쪼개내는 ‘사람’에게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21년 역시 코로나 팬데믹과 언택트로 명명되는 해가 될 듯하다. 백신이 모든 국민에게 공급될 때까지 코로나 팬데믹은 맹위를 떨칠 것이다. 하지만 소띠해를 맞아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을 품어본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은 “소는 코로나 시대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종식할 유일한 방안이 백신인데, 백신이란 말이 소(vacca·암소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인류를 천연두에서 구해낸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는 소의 젖을 짜다가 우두에 한 번 걸려본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사전 접종을 통한 예방 개념을 창안해냈다. 이러한 방법을 ‘종두법’ 혹은 ‘우두법(牛痘法)’이라고 한다. 백신의 원조가 된 소가 바이러스로 신음하는 인류의 희망인 셈이다.

2021년은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가 종식돼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하모니에 전율을 느끼고, 연극배우의 즉흥적 대사에 웃음을 터뜨리고,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음악으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해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제목인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처럼 삶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neato@busan.com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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