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갈증 풀어 줄 ‘아크’, 담론의 장 펼쳤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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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 건축학부 이한석 교수는 해상에 인공대지나 스마트팜, 축구장과 같은 부유식 구조물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해양도시 부산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사진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부유식 축구장.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제공 한국해양대 건축학부 이한석 교수는 해상에 인공대지나 스마트팜, 축구장과 같은 부유식 구조물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해양도시 부산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사진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부유식 축구장.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제공

(주)상지건축 부설연구소 우동주 소장은 범어사 일주문에서부터 보제루로 올라가는 진입로의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삶이 과연 무엇인지를 화두처럼 던진다. 범어사 진입 공간 변경전 모습.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제공 (주)상지건축 부설연구소 우동주 소장은 범어사 일주문에서부터 보제루로 올라가는 진입로의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삶이 과연 무엇인지를 화두처럼 던진다. 범어사 진입 공간 변경전 모습.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제공

범어사 진입 공간 변경후 모습.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제공 범어사 진입 공간 변경후 모습.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제공

코로나19는 우리 삶과 일상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코로나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시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인문무크지가 지역에서 야심 차게 선봬,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크’는 ‘잡지’를 뜻하는 ‘매거진’(magazine)과 ‘책’을 뜻하는 ‘북’(book)이 합쳐진 말로 부정기 간행물을 칭한다.


5년간 인문학 아카데미 열어 온 상지건축

코로나 시대 소통법으로 ‘무크지’ 창간

첫 호 주제는 인문학의 출발 ‘휴먼’

역사·문학·철학·예술·도시·공간 등

각 분야 전문가 글 23편 담아


인문무크지 ‘아크’ 인문무크지 ‘아크’

‘상지 인문학 아카데미’를 5년여 진행하며 지역 사회와 소통해왔던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이하 상지건축·대표 허동윤)는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 담론의 축적을 표방하며 인문무크지 ‘아크(ARCH)’를 최근 창간, 담론의 장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상지건축 허동윤 대표는 “수년간 해 왔던 인문학 아카데미가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연기되면서 대면 강의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상황이 좋아지길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었다. ‘아크’는 그 갈증에 대한 답이다”며 무크지 ‘아크’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소위 인문학에 대한 갈증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허 대표는 “아크는 예술과 인문 모두를 아우를 예정이다. 그리고 아크를 통해 세상에 필요한 모든 담론을 균형 있게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무크지 이름 아크는 ‘ARCH’가 가진 ‘세상의 근원, 으뜸’이라는 의미에 ‘균형 잡힌 아치’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여기에 ‘archive’, ‘architecture’, ‘archi’와 같은 단어가 공유하는 인간과 세계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첫 호 ‘아크’의 주제는 휴먼이다. ‘아크’의 고영란 편집장은 “인문학의 출발이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성찰로 아크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인간이라는 우리말에 적당한 거리를 둬 새롭게 환기하고자 영어 단어 ‘휴먼’을 주제로 삼았고, 이에 관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통찰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크는 인간 중심이 아니라 인간적인 내용을 지향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잘살고 있는가, 내가 속한 공동체가 아름답고 정의롭고 바람직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박하게 풀어낸다.

정남준 사진작가의 작품 ‘자갈치 휴먼’을 시작으로 총론 격인 창원대 사회학과 이성철 교수의 ‘인문학 산책’, 동양고전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배병삼 교수의 ‘공자, 맹자, 인간’을 실었다. 배 교수는 공자와 맹자의 꿈인 인의(仁義)의 세계는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다운 세상을 뜻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이런 세상은 부끄럼을 타는 정치가와 공직자들에 의해 건설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아대 건축학과 차윤석 교수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에 관한 단상을 썼다. 또 한국해양대 건축학부 이한석 교수의 해양공간, (주)상지건축 부설연구소 우동주(동의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소장의 지속가능한 주거에 대한 사색, 김기수 교수의 우리 전통 건축에 관한 글도 있다. 이 교수는 해상에 인공대지나 스마트팜, 축구장과 같은 부유식 구조물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해양도시 부산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우 소장은 범어사 일주문에서부터 보제루로 올라가는 진입로의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삶이 과연 무엇인지를 화두처럼 던진다.

조재휘 영화평론가의 코로나 이후의 영화 문화에 관한 전망, 경남도립미술관 김재환 학예사의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단상도 만날 수 있다.

무크지 아크는 역사, 문학, 철학, 예술, 도시, 공간, 건축, 동아시아, 일상생활 등 모두 23편의 알토란같은 글을 통해 가볍고 호흡이 짧은 이 시대에 인문정신과 인문적 태도란 어떤 것일지 새삼 되새겨볼 기회를 제공한다.

앞으로 인문무크지 아크가 달라진 우리 삶을 어떻게 해석하고 확장해 나갈지 주목된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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