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코로나19 위기… 누군가에게는 기회
김형 경제부 유통관광팀장
지난해 초 부산은 무척 흥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되면서 조만간 ‘부산 관광 르네상스’를 실현할 것 같았다. 그러나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코로나19가 강타했다. 국제관광도시의 핵심 기반인 관광·마이스(MICE)업계는 초토화됐다. 지금도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은 진행형이다.
지역 여행업계를 선도하던 여행사 대표 A 씨는 폐업이냐 휴업이냐를 놓고 조만간 결정해야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매출은 이미 2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다 인건비, 임대료 등 매달 나가는 고정비만 1600만 원이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 5000만 원을 대출 받았고 사비도 털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금까지 겨우겨우 버텨왔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
A 씨의 처절한 상황은 지역 여행업계를 대변하고 있다. 부산관광공사의 ‘2020 코로나19 이후 부산 관광수요 예측 조사’에서 기업의 52.6%인 81개 기업의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의 10% 이하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사의 경우 96.3%가 전년도의 30% 이하였다. 부산 여행업체 1608곳 대다수가 현재 폐업하거나 휴업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부산 마이스업계 상황도 벼랑 끝이다. 예정된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부산의 대표 전시·컨벤션 시설인 벡스코의 경우 지난해 예정된 행사 274건 중 175건이 취소됐다. 부산관광마이스진흥회에 따르면, 지역 업체 175곳 중 절반 이상이 전년 대비 80% 이상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중 92%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어둠’은 누군가에게는 ‘빛’이기도 하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기회’로 활용해 위기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산 마이스기업인 B 사도 코로나19 초기에 힘들었다. 지난해 예정된 행사의 절반이 취소됐다.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 위해 2억 원을 대출 받았다. 주변의 다른 업체들은 이미 직원들을 무급 휴직 보내고 잠정적으로 휴업했다. 그러나 B 사는 오히려 직원들을 정상 출근시켜 온라인 등 ‘언택트(비대면)’ 기반 행사 방법과 기술을 연구했다. 곧 기회가 왔다. 코로나 속에서도 행사를 반드시 개최해야 하는 공공기관 등이 전문 인력과 기술력이 준비된 B 사에 행사를 맡기기 시작했다. 또 한 여행사는 코로나19로 변화하고 있는 여행 트렌드를 짚어내 결국 ‘힐링(healing)’과 안전을 주제로 창의적인 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국내 여행업계 전체가 폐업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이 여행사의 지난해 모객 수는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면, 내년 중반께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 쯤 전세계 관광·마이스 시장은 활활 타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기업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지역 관광·마이스업계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관광·마이스산업은 국제관광도시 부산의 성장 동력이며 미래 먹거리이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 moon@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