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 법무법인 디라이트 “수익 5% 무조건 공익에 씁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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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스타트업 전문 로펌

스타트업을 주요 대상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 디라이트가 최근 부산에 분사무소를 내고 운영에 들어갔다. 디라이트 조원희(왼쪽) 대표변호사와 부산 분사무소에 상주하는 지현진 변호사. 스타트업을 주요 대상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 디라이트가 최근 부산에 분사무소를 내고 운영에 들어갔다. 디라이트 조원희(왼쪽) 대표변호사와 부산 분사무소에 상주하는 지현진 변호사.

대형 로펌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들이 있는 작은 사무실에 문을 연 변호사, 연간 수익의 5%를 공익활동에 쓰면서도 창업 4년 만에 변호사 25명이 있는 법무법인으로 성장시킨 변호사가 부산에 사무소를 열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조원희 대표변호사를 센텀기술창업타운(센탑)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형 로펌 출신 조원희 대표변호사

창업 4년 만에 변호사 25명 법인

전문 지식·경험 ‘맞춤 법률서비스’

서울사무소 이어 부산 사무실 개소

지역 변호사 영입 효율성도 높여

“사회적 기여에 우선 순위 둘 것”


■가장 필요한 곳으로 가 자세를 낮추다

남들은 잘 나가는 대형로펌을 왜 그만두고 나와 이 고생을 하냐고들 한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법률 자문을 받을 만한 데가 많이 없어요. 이들 기업일수록 저희가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회사에 주는 효용이 큰데도 말이죠.”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적합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느끼는 ‘돈보다 소중한’ 만족감을 알기에 조 변호사는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고 급여를 줄여 ‘시장에 맞게’ 세팅을 했다. 급여가 줄어든 만큼 개인적인 씀씀이도 많이 줄였다. 가족들이 농반진반 “아빠는 로펌 대표라면서 왜 이렇게 돈이 없어?”라고 할 정도로. 2017년 3월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문을 열기 전까지 그는 대형로펌 ‘태평양’의 변호사였다.

“재정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들이다 보니 법률 비용을 내기가 주저되는 측면이 있죠.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저희가 비용을 최대한 낮춘 겁니다.” 서울에서 처음 사무실을 열 때, 디라이트는 스타트업과 같은 공간에서 시작했다. 당시 디라이트는 스타트업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디캠프(D.CAMP)에 문을 열어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조 변호사가 쓰는 공간은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사무실 한쪽의 책상이 전부였다. “오히려 그렇게 비용 절감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스타트업들이 더 쉽게, 친근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변호사로서의 권위의식도 버리자 생각했죠.” 4명이서 시작한 디라이트는 4년 만에 25명의 변호사가 있는 법무법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연봉은 많지 않다.

디라이트는 초창기 블록체인 시장에서 비트코인 영향으로 음지 돈이 몰려들며 시장이 혼탁해질 무렵,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쓰기도 했다.


■“부산행이 어때서요?”

‘태평양’을 나올 때도 그랬지만, 이번 그의 ‘부산행’을 두고서도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고도 없는 데다 법률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다른 곳에 가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냐는 우려였다.

조 변호사는 스타트업이나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올 일이 많았다. “열이면 열, 거의 모든 자문위원이 서울에서 온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부산이면 제2의 도시이자 블록체인 특구이고, 한국거래소나 부산은행이 있는 핀테크 지원 도시이기도 한데 왜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로펌은 없을까, 그게 고민의 시작이었죠.”

스타트업의 경우 새 영역에 뛰어든 뒤 여러 가지 법률문제에 맞닥뜨리기 마련인데, 부산 스타트업들이 그때마다 서울까지 왔다갔다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가까이에 사업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있다는 건 스타트업에겐 큰 자산입니다. 사업의 리스크를 확 줄여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복병’이었다. “실제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도약을 위한 준비 시간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산에서의 창업 열기나 지자체의 지원 정책이 확대되는 걸 보면서 코로나 이후에는 반등이 있을 거라고 봤고요.” 지 변호사는 물류, 항만, 금융을 기반으로 부산이 ‘점프업’ 하는 시점이 곧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에서 내려온 ‘프랜차이즈’는 아닐까. “저희도 부산 사무소를 열 때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썼습니다. 그래서 서울사무소에서 일하는 변호사를 부산으로 파견한 게 아니라 부산 지역 변호사를 영입했고요. 대신 업무 관련 노하우나 축적된 자료 등은 서울 사무소와 공유하는 거죠. 앞으로도 수요가 많아지면 부산에서 변호사를 더 채용할 거고요. 전반적으로 부산 지역의 다른 변호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업무 전문성이 향상되고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부산 스타트업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고요.”

조 변호사 말대로 지역에서 활동하던 지현진 변호사가 디라이트에 합류했다. 조 변호사처럼 지 변호사도 연봉을 깎고서 동참했다. 조 변호사는 면접 때 지 변호사의 ‘가치관’을 보고 같이 가도 좋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데, 지 변호사는 오히려 “내가 디라이트를 면접 봤다”고 했다. 지 변호사는 “세상을 바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꺼내려는 데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디라이트에 오게 됐다”고 했다. 부산 사무소에는 조 변호사가 매주 내려오고 있고, 다른 변호사들도 주기적으로 내려와 힘을 보탤 계획이다.


■일이 곧 사회적 기여가 된다

지 변호사는 조 변호사를 가까이서 알기 전 누군가 조 변호사를 “공익활동 하려고 돈 버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설마’ 했는데, ‘진짜’라고 했다.

“태평양에 있을 때도 공익 활동이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의사 결정이 있을 땐 항상 부차적인 일로 밀리게 되더라고요. 주말 없이 20년 이상을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이렇게 열심히 해서 돈을 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는 생각이 들었고요. 내가 일하는 곳 자체를 사회적 기여를 우선순위에 두는 곳으로 만들어보자 싶어 사무실을 연 거죠.”

조 변호사는 그게 자신만의 특별한 생각은 아니라고 했다. “변호사 중에서도 그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지금껏 얼마나 많았겠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많지 않다는 건 공익을 실현하면서 지속가능하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거거든요. 다행히 저희는 매년 5% 공익활동 기부 목표를 달성해오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죠. 시장에서도 서비스로서 인정을 받아야 그것도 가능한 거니까요. 지금부터가 진검승부라고 생각해요.”

부산에서도 공익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동참하겠다고 했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했는데 코로나 상황 때문에 뒤로 미뤘다.

“지 변호사도 마찬가지지만 서울에서도 3명의 변호사를 채용했는데 전부 다 자기 연봉을 깎고, 각자 쓰던 방을 내놓고 왔어요. 이 변호사들이 왜 디라이트에 왔을까를 생각해보면, 변호사 일을 그냥 단순히 돈 버는 일이 아닌 사회에 기여하는 일로 하겠다는 거거든요. 전문가로서 잘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이들이고요. 이렇게 괜찮은 생각을 가진 변호사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제가 할 일입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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