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재판부의 집행유예 실형 전환 판결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게 됐다.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법정에서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나발니가 피고인석에서 하트모양의 손짓을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푸틴 정적’으로 불리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결국 3년 6개월 실형을 확정짓고 투옥되자 미국과 유럽에서 러시아를 향한 맹비난이 쏟아졌다.

2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노놉스키 구역법원은 모스크바 시법원에서 연 나발니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러 법원, 집행유예를 실형 전환

美 “동맹국과 러에 책임 물을 것”

프랑스 “정치적 이견 범죄 아냐”

나발니는 해당 사건과 관련 이미 1년을 가택 연금 상태에서 보낸 바 있어 교도소에서 2년 6개월간 복역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나발니는 러시아 헌법에 적시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고 러시아는 법 앞의 평등, 표현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를 보장할 국제적 의무가 있다”며 나발니를 비롯해 집회, 표현과 같은 기본권을 행사하다가 수감된 이들의 즉각적 석방을 촉구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자국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지 않는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국들,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공조하겠다”고 밝혀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며 러시아의 권위주의 행보를 비판하는 정상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인 의견불합치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고 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대변인 트위터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나발니와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러시아의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도 나발니에 대한 실형 선고를 두고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며 비판에 동참했다.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책임지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번 조치가 법치와 자유권을 보장하겠다는 러시아의 국제적 약속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같은 항의를 두고 내정간섭이자 불필요한 지적으로 일축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주권국의 내정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며 “모두 자국 내부의 문제에나 대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나발니 수감이 결정되자 러시아에서는 나발니 지지자들을 비롯한 수천명이 거리에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인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 시위와 관련해 러시아 전역에서 체포된 이들은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