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부산은 원래 ‘물의 도시’였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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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작성된 지적원도를 토대로 조선후기 부산의 해안과 하안의 수변공간을 추정한 그림. 조선후기의 해안선, 일제강점기(1914년)의 해안선, 현재의 해안선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남윤순 제공 1914년 작성된 지적원도를 토대로 조선후기 부산의 해안과 하안의 수변공간을 추정한 그림. 조선후기의 해안선, 일제강점기(1914년)의 해안선, 현재의 해안선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남윤순 제공
동천 하류 모습. 현재 동천에는 일제강점기 부산진 매축지 부분의 매축지 운하로 사용되었던 운하 호안의 석축 구조물이 남아 있다. 남윤순 제공 동천 하류 모습. 현재 동천에는 일제강점기 부산진 매축지 부분의 매축지 운하로 사용되었던 운하 호안의 석축 구조물이 남아 있다. 남윤순 제공

도시·건축역사학적 관점에서 ‘물의 도시 부산’의 특성에 주목할 것을 촉구하는 논문이 나왔다.

동아대 대학원 건축학과 남윤순 씨의 최근 박사학위 논문 ‘근대 부산(1876~1945년)의 수변공간과 수변시설의 변화’(지도교수 김기수)에서다. 이 논문은 부산에 대해 ‘물의 도시’ 차원에서 접근하고 또 활용하자는 게 요지다. 이런 내용을 담은 남 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최근 심사를 통과했으며 남 씨는 15일 박사학위를 받는다.


남윤순 동아대 박사학위 논문

하천 복개 공사로 사라졌지만

부산엔 크고 작은 하천 존재

일제강점기 동천은 운하 역할

해양에 갇힌 공간 인식 틀 깨야


그동안 부산이 ‘항구 도시’ ‘해양 도시’라는 입장에서 다양한 논의는 있었지만, 부산을 ‘물의 도시’ 차원에서 접근한 박사학위 논문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항구 도시’ ‘해양 도시’의 틀에 갇혀 있었던 부산의 도시 공간에 대한 논의를 ‘물의 도시’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여기서 ‘물의 도시’란 흔히 물이 공간의 형성과 변화에 영향을 주면서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는 도시를 말한다. 이를테면 이탈리아 베니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일본 도쿄 같은 도시다. 이들 도시는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의 역사적 맥락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삶의 공간으로 수변공간을 형성해 다양하고 풍요로운 도시공간을 이루고 있다.

남 씨의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부산도 역사적 맥락에서는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 남 씨가 부산을 ‘물의 도시’로서의 특성을 가졌다고 보는 것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수영강과 동천, 그리고 보수천을 비롯한 다수의 크고 작은 하천이 해안으로 흐르는 지형 조건을 갖고 있어 해안과 하안의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주요한 도시공간이 형성돼 있고, 두 번째는 부산 해안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개항 항구인 부산항을 조성하기 위해 각종 건축·토목 공사를 통해 일찍부터 부두시설과 물양장 등 대규모 항만시설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또 동천은 해안과 내륙을 연결하는 운하의 기능이 잠재된 인공 하천으로 운하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부산을 ‘물의 도시’로 보는 이유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천이 일제강점기 운하로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논문은 1926년부터 1934년까지 시행된 '제2·3기 부산진 매축공사'로 당시 동천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안에 매축지가 조성돼 그 모습이 크게 변했으며, 이때 동천을 연장하는 수로가 운하로 조성돼 최대 300t의 선박이 다녔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1937년 부산부가 수립한 '부산진 운하 개착·매립공사 계획'은 동천을 활용해 운하를 만들기 위한 계획이었고, 이에 지금의 동천 같은 모습으로 하천을 정비했다는 것이다.

남 씨의 논문은 다양한 사진, 지도, 도면 등의 자료를 발굴·정리해 근대 부산의 수변공간과 수변시설의 변화,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구체적 모습을 확인해 주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산은 이런 ‘물의 도시’적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부산 도시 공간은 해안으로 흐르는 대다수의 하천이 복개돼 하안 공간이 사라져 단지 해안 공간 중심의 해양 도시로만 인식되고 있다.

이에 남 씨는 “일본의 도시학자 진나이는 이탈리아 베니스에 대한 도시 연구를 기초로 도쿄의 강과, 운하, 바다 등의 수변공간에 대한 역사적 변화를 연구해 도쿄를 ‘물의 도시’라 정의한 바 있다”면서 “우리도 부산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물의 도시’로서의 특성에 주목해 하루빨리 부산이 해안 공간 중심의 도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대 건축학과 김기수 교수는 “이번 논문을 계기로 해양도시 부산에 대한 관점이 새롭게 확장되었으면 한다”면서 “향후 부산의 도시 공간 개발에 있어 ‘물의 도시’ 부산으로서 도시 건축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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