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뉴스 가치는 변화한다
임영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뉴스 가치란 기삿거리가 될 만한 사건을 걸러 내는 기준이다. 지금 같은 온라인 플랫폼 시대에는 이 뉴스 가치가 과연 얼마나 달라지고 있을까? 이는 언론 종사자라면 누구나 가진 질문이다. 물론 뉴스 환경이 아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이 질문에 딱 부러지게 해답을 내놓긴 어렵다. 하지만 시사점을 줄 만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하나 소개한다.
미국 노트르담 대학의 바바라시 교수는 인터넷 뉴스-오락 사이트에서 기사의 시의적 가치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측정해 보았다. 연구자는 온라인에서 뉴스의 생명은 기껏해야 두어 시간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특정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평균적으로 36시간 동안 지속됐다. 온라인 환경에서도 정보의 가치는 예상한 만큼 시간적 시의성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온라인 시간 경쟁에 뉴스 질 저하돼
시의성보다 이용자 관심도가 중요
언론·독자 기사 가치 기준 서로 달라
다양한 뉴스 소비자 수요 반영할 때
지금까지 저널리즘 전문서에서는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잣대로 시의성과 더불어 사건의 중요성, 혹은 흥미 요소를 강조했다. 전통 언론 종사자는 온라인 환경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시의성일 뿐 전통적인 뉴스 판단 기준은 아직 유효하다고 지레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앞의 연구 결과는 이 상식의 효용성을 부정하고 있다.
온라인 환경에서 뉴스가 시의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발생한 문제점은 우리 모두 목격하고 있다. 대다수의 이용자는 누가 특종을 했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시간 경쟁에 목을 매느라 뉴스의 질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과거의 감각대로 기삿거리를 다루면서 속보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팩트 체킹은 소홀해지고 ‘속보’나 ‘단독’ 따위의 반쪽짜리 기사는 남발됐다. 온라인에 비슷한 기사를 반복해 올리는 ‘어뷰징’이라는 악습도 생겨났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뉴스 가치 판단에서 중요성의 의미도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언론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사와 뉴스 이용자가 실제로 읽는 기사가 다르다. 이용자는 기자가 생각하는 중요도 순으로 기사를 읽지 않는다. 신문에서는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한 기사를 1면에 싣지만, 독자에겐 1면이란 그냥 숫자일 뿐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도, 가장 많이 읽지도 않는 부분이다. 그 대신 독자와 이용자는 개인적으로 흥미롭거나 관련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기사만 선택해서 보고 다른 사람과도 공유한다.
이 모든 변화는 지금까지 뉴스 가치에 관해 통용되던 직업적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제 뉴스 이용자에게는 일초라도 더 빨리 나온 정보가 아니라, 관심사를 충족해 주는 기사가 더 시의적이고 더 중요한 기사다. 그러한 뉴스를 생산하려면 단지 사건 자체를 쫓아다니는 데서 벗어나 이용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어떤 측면에서 접근할지, 어떤 문제를 보도할지 고심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 관련 보도는 수많은 악당을 양산했다. 방역 당국의 정책을 무시해 물의를 일으킨 확진자도 있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유발한 공인도 있었다. 당국이 이에 대응해 매번 고발 ‘검토’를 공언했다는 소식은 넘쳐났지만, 언론은 정작 이 ‘말잔치’가 어느 정도 실행에 옮겨졌는지,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아가 시민들의 분노와 공포를 부추기는 보도보다는 상황을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이슈 보도가 뉴스 이용자에게는 더 필요하고 시의적일 텐데도 언론은 이를 외면했다.
이렇게 보면 시의적인 뉴스와 중요한 뉴스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이용자는 사건의 발생 시점과 무관하게 자신에게 필요하고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한 기사에 흥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언론 종사자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과거의 경험은 점차 효용성을 잃어 가고 있다. 기자는 지금까지 전수된 직업 감각을 과신하지 말고, 소비자가 무엇을 선호하고 기대하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물론 언론이 인기 있는 기사만 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의 사고와 정서를 읽고 해석하는 기법 역시 이제는 저널리즘에 필수적인 자질이다.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환경에서 전통 언론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고 경쟁 대상은 늘어났다. 그렇지만 이용자는 그 많은 정보를 다 섭렵할 시간이 부족하다. 믿을 만한 좋은 정보를 골라내고 판단하는 것은 더욱 힘들고 고단한 일이다. 음식 섭취에서 영양분 간의 균형이 중요하듯이 뉴스에서도 균형 있게 선별된 좋은 정보가 생명이다. 이용자의 수요를 읽어 내는 능력만 갖춘다면, 이는 바로 전통적인 뉴스 매체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