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또 라돈 아파트… 입주 앞두고 주민-시공사 갈등

변은샘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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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연제 동래구 일대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습. 부산일보DB 사진은 연제 동래구 일대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습. 부산일보DB

올해 말 입주를 앞둔 부산 동래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자재를 사용하겠다고 밝혀 입주예정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2018년 부산 강서구 라돈 아파트 파동으로 시민들의 라돈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진 가운데, 안전한 대체재로 무상 교체해달라는 주민들과 입주민이 교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시공사가 맞서고 있다.


올해 말 입주 동래구 한 아파트

주민들 “현관 화강석 교체해 달라”

시공사 “교체하려면 시공비 내라”


부산 동래구의 3800세대 규모 A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지난달 21일 시공사를 상대로 ‘아파트 시설 일부에 사용되는 라돈 검출 자재 사용을 취소하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시공사에 따르면 아파트 현관, 욕실 상판 등에 화강석을 사용할 예정으로, 아직 시공 전이다. 화강석은 1급 발암 물질 라돈이 검출되는 대표적인 건축 자재다. 입주민들은 시공사를 상대로 라돈이 검출되지 않는 대체재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공사 측은 교체 비용 12억 원을 내지 않는 한 불가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공사는 지난해 7월 해당 자제에 대한 라돈 수치를 측정한 결과, 정부 권고 수준인 지수값 1 이하의 수치가 나와 크게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입주자들이 대체재로 자재 교체를 원한다면 유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공사의 라돈 측정 결과에도 주민들의 불안은 크다. 아파트 입주자예정자 협의회(이하 협의회) 측은 자재 교체가 불안을 불식시킬 최선의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협의회 측은 “환기 여부 등 측정방식에 따라 라돈 수치가 다르게 나온다”며 “시공 후 라돈이 쌓여 실내 공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고 했다.

실제로 환경부에서는 “시공 전 건축 자재에서 라돈을 직접 측정하는 표준화된 방식이 국제적으로 없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가장 과학적인 대안”이라면서도 “시공 전 자재의 라돈 수치와 시공 후 공기질의 연관 관계가 명확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자재 허가 주체인 동래구청 측은 시공사와 협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구청은 시공이 완료된 후에 아파트 내 실내공기 질 측정을 하고, 이 수치가 권고 기준치(148 Bq/㎥) 이상이 나올 경우 재시공을 권고하거나 준공허가를 지연시킬 수 있다. 동래구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시공 전 자재에 대해 개입할 여지는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해물질 검출이 의심되는 자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현장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수정 녹색연합 사무국장은 “라돈 수치가 검출되지 않는 자재를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제품의 출하 과정에서 유해물질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은샘기자 iamsam@


변은샘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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