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평생을 함께한 장인들의 구술 생애사
낙동강에서 직접 만든 황포돛배를 보여주고 있는 김창명 조선장.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가덕도 특유의 숭어 잡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김관일 어로장.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바다 사람들의 생애사 3> 표지.
하단돛배 조선장 김창명(84) 씨-1937년 부산 사하구 하단에서 태어나 4대째 조선장 가업을 잇고 있다. 어릴 때부터 부친과 조부가 배를 만드는 일을 보고 자랐으며, 자연스럽게 배 만드는 일에 관심과 재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스물다섯이 되던 해에 첫 배를 진수했으며, 하단선창 조선소란 이름으로 60여 년 동안 1000척 이상의 배를 진수했다. 그는 “배는 그냥 내 인생이다”라고 했다.
하단돛배 조선장 김창명 씨 등
15인의 인생 이야기 기록한
‘바다 사람들의 생애사 3’ 발간
가덕도 어로장 김관일(77세) 씨-1944년 가덕도에서 태어나 한평생 가덕도에서 살아왔다. 15살의 나이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배를 타기 시작했다. 1984년 부어로장으로 일하다가 어로장이 됐다.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가덕도 숭어잡이를 진두지휘했다. 또한 전통적인 숭어잡이 방식의 변화 순간을 지켜봐 온 목격자이다. 그는 “숭어들이의 백미는 기다림의 미학이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우리 곁의 보통 사람들이다. 이처럼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살아온 보통 사람들의 기록이 나왔다.
국립해양박물관(관장 김태만)은 바다와 함께 살아왔지만, 기록되지 않아 각자의 분야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15인(부부 등 포함)의 구술 생애사를 담은 조사 보고서 <바다 사람들의 생애사 3>을 최근 발간했다.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 권현경 학예사는 “바다 사람들의 생애사는 2018년 해양수산부 주관 ‘해양·수산 휴먼스토리’를 연구용역 사업으로 시행해 <바다 사람들의 생애사> 1권이, 2019년에는 ‘연안어업 휴먼스토리’를 연구용역 사업으로 시행해 생애사 2권, 2020년에는 ‘해양문화 휴먼스토리’를 시행해 3권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양문화 휴먼스토리 연구·조사는 박물관이 한국해양대 연구진과 함께 진행했으며, 여기서 수집된 구술채록과 자료를 다듬어 조사 보고서로 발간했다.
책은 해양 산업과 환경, 전통 음식, 민속 등으로 나눠 이 분야에서 삶을 일구며 살아온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 속엔 개인의 출생과 결혼, 바다와 함께한 생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 등 솔직 담백한 개인 생애사가 들어있다. 인터뷰 마지막 장엔 인물들에 대한 축약내용도 연보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특히 전통 음식 부문에서는 귀촌해 남해에서 어간장을 만들며 살아가는 부부, 가자미식해 명인이었던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가는 부부가 등장, 음식을 만드는 마음과 생각들을 전한다. 산업·환경 부문에서는 ‘백령도 물범 지킴이’로 어민의 생계와 물범의 생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진수 선장, 탈북해 강원도 고성에서 잠수부(머구리)로 활동하며 횟집을 운영하는 박명호 씨, 전라남도 신안에서 염전을 운영 중인 최신일 씨를 만나 그들의 삶을 들어본다. 민속 부문에서는 동해안별신굿 무형문화재의 딸로 태어나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동언 씨,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 거문도 뱃노래 전수자인 정경용 씨의 인생 이야기도 듣는다.
국립해양박물관 측은 “2018년부터 휴먼스토리 조사를 통해 축적된 구술 생애사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7월에는 ‘바다 사람들의 생애사’를 주제로 학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