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화일로’ 미얀마 사태, 국가·시민사회 연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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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지난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화 시위와 폭력진압이 격화되고 있다. 국립병원 의사와 교사, 공무원, 국영 철도 노동자, 항공 관제사 등도 출근을 거부하며 쿠데타에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군부는 시위대를 향해 강철총을 난사하고, 야간에 공무원, 정치인, 기자들을 체포하고, 인터넷 접속마저 차단하고 있다. 군부는 2만 3000여 명의 죄수들을 일제히 석방하고, 우익 폭력배에 의한 백색테러도 방조해 도시 치안이 악화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6년 만에 중단된 것이다.


군부 시위대 향해 발포, 납치 일삼아

정치군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미얀마 군부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총선 부정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아웅 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입법·사법·행정권은 군부 최고실력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장악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시위대가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외국 대사관 앞에서 ‘미얀마를 구해 달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고 무력 진압을 막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다.

1988년 총칼로 시민 3000여 명을 숨지게 했던 전력의 미얀마 군부는 아웅 산 수치 국가고문의 구금 기간을 17일까지 이틀 연장하고, 법정 심문까지 준비 중이다. 하지만, 군부에 영향력이 큰 중국은 묵묵부답이다. 시민들은 양곤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라. 중국’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일 정도로 중국을 군부의 뒷배로 여기고 있다. 민주주의를 강조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초기의 항의 성명 외에는 강력한 대응이 자칫 미얀마를 중국과 밀착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로 머뭇거리고 있다.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쿠데타에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그 국가가 지닌 가치와 국제질서의 향방을 판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미얀마의 고통은 ‘80년 광주’와 ‘87년 6월’을 겪은 한국으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다. 미얀마 군부는 시대착오적인 쿠데타를 중단해야 한다. 불법 구금한 정치인과 기자, 시위대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 숱한 세계사에서 보여지듯 권력은 총부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군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녕과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점을 깨닫고 정치군인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 때마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한국 시민사회단체 71곳도 긴급성명을 내고 “쿠데타 종료와 함께 우리 정부와 유엔, 각국 정부가 미얀마의 민주주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사회가 연대해 미얀마 시위대의 안전과 민주주의를 지켜 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미얀마 군부는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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