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서점 ‘반디앤루니스’ 부산점, 5년 만에 문 닫는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오는 28일 문을 닫는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몰 지하 2층에 입점한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몰점. 정달식 선임기자 오는 28일 문을 닫는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몰 지하 2층에 입점한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몰점. 정달식 선임기자


올해 1월 NC백화점 해운대점 지하 1층에 문을 연 교보문고 해운대센터. 정달식 선임기자 올해 1월 NC백화점 해운대점 지하 1층에 문을 연 교보문고 해운대센터. 정달식 선임기자

교보·영풍문고와 함께 국내 3대 대형서점 구도를 형성하며 5년 전 야심 차게 부산에 진출했던 반디앤루니스가 이번 달 영업을 끝으로 ‘부산점’ 문을 닫는다. 이는 책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을 표방하고 그동안 부산 시민에게 독서 문화를 선도했던 공간이 문을 닫는다는 점에서 지역으로서는 문화적 손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수익이 되면 거대 자본을 앞세워 지역 문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물밀듯 들어오고, 수익이 안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빠져나가는 이런 거대 서점의 영업 전략이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반디앤루니스는 이달 말 신세계센텀시티몰과 5년간의 계약이 끝나 28일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몰 지하 2층에 입점한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몰점을 닫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반디앤루니스 매장은 전국적으로 현재 8곳이 있으나 신세계센텀시티몰점은 부산에서는 유일하다. 반디앤루니스 측이 신세계센텀시티몰점을 닫기로 한 것은 코로나19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로 매출 28% 감소… 28일 폐점

2016년 동네 서점 고사 논란 속 입점

“경기 좋을 땐 지역 문화 앞세우더니…”

쓰면 뱉어 버리는 거대자본 비판도

지역기금 등 진입 장벽 필요 목소리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몰점은 2016년 3월 1일 개점 당시 ‘해운대의 동네 서점 고사 초래’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500여 평 규모로 야심 차게 문을 열었다. 마치 도서관에 온 듯한 진열 방식과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좌석을 갖춰 시민들에게 인기도 끌었다.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구류와 아트 상품, 각종 강연과 문화행사도 이뤄져 문화적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인식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몰점 정재연 점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매장 전체 매출이 28%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반디앤루니스 전국 오프라인 매장(지난해 말 기준 10곳)의 전체 매출도 31%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이 늘면서 반디앤루니스의 전국 온라인 책 구매는 전년 대비 45% 증가했으나, 오프라인 책 구매는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신세계센텀시티몰점은 이미 일부 서적에 대한 철수가 진행돼 책 진열장 곳곳이 비어 있는 곳이 많았다.

매장 앞 영업 종료 안내 공고문을 접한 고객들의 아쉬움도 컸다. 김성곤(부산 수영구 광안동) 씨는 “가끔 가족과 함께 백화점이나 몰에 쇼핑을 오면 분위기가 좋아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폐점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버리는 이런 대형 서점들의 지역 무시 영업 전략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주문서점 박영호 대표는 “경기가 좋을 땐 대형 서점들이 자본을 앞세워 들어왔다가 수익이 안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빠져나가는 이런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자체에서 대형서점 입점 시 지역발전기금을 내게 하는 등의 정책이나 진입 장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세계센텀시티 측은 반디앤루니스가 떠난 자리에 어떤 매장을 입점시킬지 고민 중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없다. 다만 고객의 취향을 다각도로 분석, 어떤 매장을 입점시킬지 신중하게 선택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반디앤루니스 측은 지난해 11월 말 울산 매장을 철수시킨 데 이어 올해 1월 3일과 2월 10일 동대구 매장과 김해 매장 영업을 끝냈다. 모두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반디앤루니스 측은 서둘러 폐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말에는 교보문고 해운대점이 건물 매각(재건축)으로 영업을 종료했다가 올해 1월 매장을 대폭 줄여 종전 매장에서 멀지 않은 NC백화점 해운대점 지하 1층에 교보문고 해운대센터로 다시 문을 열기도 했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