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당기는 한 점 입에서 녹는 한 점 싱싱 쫄깃한 한 점 빠져드는 매력 '팔미초밥'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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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팔미초밥

참치, 방어, 참돔, 광어로 이뤄진 회 모둠. 참치, 방어, 참돔, 광어로 이뤄진 회 모둠.

46년 동안 외길만 걸어온 사람이 있다.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에서 ‘팔미초밥’을 운영하는 김순직(65) 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물어보지 않아도 평생 헌신한 일식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을 게 분명하다.

김 대표는 경남 남해군 창선면 사람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중학교까지만 마치고 요식업에 종사하는 선배를 따라 무작정 부산에 왔다. 친척이 없어 갈 데도 못 구하던 터라 선배의 도움을 받아 식당에서 일하게 됐다.


낫토+해삼창젓+마 짭짤한 전채 별미

랍스터·삶은 새우·데친 굴 부드럽고

참치·방어·참돔·광어 숙성 회는 일품

돔 머리 조림·생선구이 깊고 고소해


전채로 나오는 고노와다. 전채로 나오는 고노와다.

전통일식을 배운 김 대표는 군대에서도 관사 취사병으로 근무했다. 제대 후에는 일식요리자격증과 복어요리자격증 등을 차례로 취득했다. 여러 식당을 돌아다니며 일하던 그는 1989년 5월 옛 브니엘고등학교 아래에 조그마한 가게를 열었다. 돈이 없어 맨 꼭대기층에 살림집을 차렸다.


레몬을 곁들인 랍스터. 레몬을 곁들인 랍스터.

전국 팔도에서 맛있는 재료를 다 가지고 온다는 뜻으로 가게 이름을 ‘팔미’라고 지었다. 첫 가게를 연 뒤 다섯 번 정도 이전했다. 연산교차로 도로변에서 15년 정도 일하다 5년 전 현재 위치로 옮겨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김 대표가 음식을 가지고 왔다. 저녁 메뉴로 인기가 높다는 A코스였다. 전채로 샐러드, 고고와다(해삼창젓), ‘낫또’가 나왔다.‘낫또’는 낫토를 기본으로 하고 마, 고노와다를 섞은 음식이었다. 낫토의 고소함, 고노와다의 짭짤함, 마의 부드러움이 섞인 별미였다. 소화 촉진을 돕는 음식이다.

향긋한 돔 머리 조림. 향긋한 돔 머리 조림.

메인 요리는 해물 모둠과 회 모둠이다. 해물 모둠은 랍스터, 삶은 새우, 전복 숙회, 데친 굴이었다. 랍스터는 금가루를 살짝 뿌리고 레몬을 곁들였다. 상큼한 레몬 향과 랍스터의 부드럽고 달콤, 신선한 맛이 제법 잘 어울린다. 삶은 새우와 데친 굴에는 소스를 곁들였다. 제철 해물에 곁들인 짭짤한 소스 맛이 입맛을 끌어당기기에 제격이다. 전복숙회는 부드럽고 향긋하다.

회는 참치 뱃살, 방어 뱃살과 아가미살, 참돔, 광어 지느러미 등이다. 아침에 잡아서 4~5시간 숙성시킨 회다. 김 대표는 “활어회는 수분을 100% 제거할 수 없어 위생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숙성회는 머리, 내장을 떼어내고 물을 조금만 묻히기 때문에 위생적”이라고 설명했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방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방어.

겨울철 방어는 살점이 붉은데다 지방이 눈처럼 쌓여 맛이 구수하다. 게다가 오도독 씹히는 식감이 좋아 미식가들에게 큰 인기다. 등살에는 근육이 많아 담백한 게 특징이다. 뱃살은 감칠맛이 상당히 빼어나다. 아가미 부위인 가마살에는 지방이 많아 입에서 살살 녹는다. 방어 여러 부위 중에서 가장 맛이 좋은 부분이다. 지금은 제철이 끝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연어 등 세 가지 초밥. 연어 등 세 가지 초밥.

참치 뱃살도 방어처럼 고소한 게 계속 입맛을 끌어당겼다. 광어 지느러미도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가 회를 먹을 때에는 가볍게 술을 한잔 해야 한다고 권했다. 생선회는 기름진 음식이어서 찬물과 함께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기름기를 씻어낼 수 있는 술을 곁들이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농어, 메로, 삼치로 이뤄진 생선구이. 농어, 메로, 삼치로 이뤄진 생선구이.

해물 모둠과 회 모둠 접시가 비워질 무렵 돔 머리 조림과 자연산 농어, 메로, 삼치로 구성된 생선구이가 상에 올랐다. 깊은 풍미를 가진 돔 머리 조림은 달콤하고 향긋했다. 기름진 메로가 포함된 생선구이는 고소하면서 부드러웠다.

진한 맛이 좋은 대구탕. 진한 맛이 좋은 대구탕.

마지막 음식은 대구탕과 생선초밥 세 점이었다. 대구탕은 대구를 삶은 물에 가쓰오부시, 양파 등을 넣어 끓인다. 김 대표는 “대구탕에 멸치를 많이 넣으면 멸치 맛이 진해져 대구 본래의 맛을 못 느낀다. 그래서 멸치 대신 채소를 많이 넣는다”고 설명했다.

생선초밥은 연어, 광어, 유부였다. 부드럽고 고소한 등살 부위인 연어 초밥을 만들려면 숙성 과정이 중요하다. 다시마, 파래, 기타 해초로서 1차 숙성한 뒤 화이트와인으로 2차 숙성한다.


김순직 대표 김순직 대표

김 대표는 2년 전부터는 주방에서 칼을 놓았다. 두 아들 김진성(39), 김봉성(35) 씨가 뒤를 이어 주방장 역할을 한다. 대를 이은 일식당이 된 셈이다. 두 아들은 요리학교에도 다니거나 서울 등 각지를 다니며 음식을 배웠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 인원 제한이 부담을 많이 준다”면서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식당을 경영한다. 눈앞만 보지 않고, 농부처럼 성실히 일하면 가을에 추수를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팔미초밥/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 119번길 8(연산동). 010-2551-5515. 코스요리 5만~10만 원, 점심코스 2만 5000원, 생선회 6만 원, 생선초밥 3만 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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