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계·시민사회도 “램지어 논문 틀렸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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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교수 논문 비판 온라인 세미나
다음달 14일 열려… 일본선 첫 문제제기
공창제 연구 日 학자도 논문 비판 나서
램지어 교수 학자로서 자질 의문 확산 양상

24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소녀상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62차 부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4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소녀상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62차 부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도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논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6일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에 따르면, 파이트 포 저스티스는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다음 달 14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램지어 교수 위안부 논문 논란이 제기되고 나서 일본 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관련 학술 모임이다.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가 해당 논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첫 자리인 셈이다.

이 세미나에서 일본군 위안부 연구의 선구자인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주오대 명예교수가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요시미 교수는 파이트 포 저스티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반박문을 낸 바 있는 역사학자 차타니 사야카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램지어 씨 위안부 논문을 둘러싸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후지나가 다케시 오사카산업대 교수, 이타가키 류타 도시샤대 교수, 요네야마 리사 토론토대 교수 등도 이번 세미나에서 발언할 예정이다.

세미나 개최에 관여하고 있는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이번 논문을 통해 “미국 등 영어권 네트워크를 통해 (일본) 우익이 역사수정주의에 기반해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됐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단지 개인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 일본 우익과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전략에 의한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논문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램지어 교수 논문. 사이트 캡처 램지어 교수 논문. 사이트 캡처

일본의 근대 공창 제도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연구해 온 일본 학자도 램지어 교수 논문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오노자와 아카네 릿쿄대 교수는 램지어의 논문이 일본의 예창기(芸娼妓) 계약과 관련해 당시 여성들이 처한 사회적 여건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오노자와 교수는 “근대 일본 여성들은 ‘이에(家) 제도(1898∼1947년 이어진 일본의 가족제도)’ 아래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강요당했으며 공창은 여성들의 이런 처지와 깊은 관계가 있는 제도”라고 밝혔다. 그는 “램지어 씨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은 이런 점을 경시하고 경영자와 예기·창기가 마치 대등한 관계 아래서 교섭해 계약을 맺기라도 한 것 같은 점을 전제로 쓴 것이며 매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예기나 창기가 간단하게 폐업할 수 있었다고 쓴 것도 사실과 어긋나며 그 주장은 근거가 박약하다”고 덧붙였다. 오노자와 교수 역시 다음달 14일 열릴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을 발언할 계획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계기로 램지어 교수가 학자로서 자질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확산하는 양상이다.

파이트 포 저스티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단체는 램지어 교수가 30년 전에도 예창기 계약에 관한 논문을 썼지만, 사실과 다른 오류가 많았고 간토대지진 직후의 조선인 학살이나 일본 내 차별의 일종인 부라쿠 문제에 관해서도 편견으로 가득한 논문을 썼다고 지적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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