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자 조영태 “수도권 집중 못막아 저출산 문제 심각해졌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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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 문화처럼 고착"
"정부가 수도권 편중 막았어야"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현재 급격한 출산율 하락에 직면한 우리나라에 대해 “젊은층의 생존 본능”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막았다면 저출산 문제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6일 연합뉴스는 초저출산의 원인과 정책 대안을 알아보기 위해 인구학의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인터뷰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진화 및 생철학자 장대익 교수(서울대)와 공동으로 심리학자 역사학자 동물학자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출산율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출생아 수가 3만 3000명이나 감소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젠 정책으로 뭐를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나고 저출산이 문화처럼 고착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출산율이 이처럼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환경적,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생존 본능이 극대화된 결과”라며 “인구학자인 맬서스의 이론을 토대로 보면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인구가 증가하면 경쟁은 치열해지고, 생존본능이 재생산 본능보다 앞서게 된다. 이 이론은 지금의 우리나라에 딱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고등학생 중 대부분은 서울이나 수도권의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지향점이 이처럼 좁고, 획일화돼 있다면 경쟁심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당사자들은 자신의 개인적 삶 또한 중시하기 때문에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낳게 만들겠다는 권위적 접근이 아니라 수도권으로의 청년 집중 등 인구 변동에 대한 탐구를 심각하게 했어야 했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먼저 고민했어야 했는데 인구문제 해결에 성공한 프랑스나 스웨덴 등을 보니 ‘복지가 답이다’해서 복지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조 교수는 “처음부터 수도권 편중 문제 해소에 발 벗고 나서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서울에 대항할 정도의 대도시를 2개 정도만 확실하게 전략적으로 육성했다면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점 도시를 육성한 것이 아니라 너무 이곳저곳 사람과 자원을 분산시켜 놓다 보니 서울과 대적할만한 도시가 되기엔 힘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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