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방사람 무서운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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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녕 경제부장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천신만고 끝에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약 20년의 시간이 걸렸다. 2002년 중국민항기가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 추락해 한국인 111명을 포함해 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안전한 국제공항’이 동남권에 건설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이 흘러서야 가덕도에 새로운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부산·울산·경남이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히고 ‘이제 실행될 일만 남았다’고 환호하지만 아직 안심해선 안된다. 2030 부산 월드엑스포 개막 전인 2029년 개장한다는 목표가 세워졌지만 아직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다. 또 통과된 법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담았지만, 사전타당성 검토 등 기존 국책사업에 필수적인 절차는 모두 따라야 한다.

가덕특별법 천신만고 통과
수도권언론·관료 훼방 극심
기득권 지키기 방식 ‘악랄’
가덕은 혜택 아닌 생존 문제
아직 절차 많아 안심 일러
전 지방 단합된 모습 절실



특히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은 최근 몇주 새 확인했듯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 관료들과 수도권에 본사를 둔 언론사들의 극심한 ‘수도권 중심주의’ 때문이다. 정부 관료들과 수도권 언론사들이 가진 ‘수도권만 위하면 된다’는 시각은 지방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편견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덕신공항 문제를 떠나 향후 국가 균형 발전이란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방을 무시하는 저들의 행태는 반드시 뜯어고치고 가야할 중차대한 문제이다. 그들의 지방에 대한 무시는 단순한 무지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의도된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라 더욱 악랄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주 국토부가 국회에 돌린 자료는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왜곡해 진실을 호도하려는 정부 관료들의 후안무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국토부는 그간 논의되지도 않았던 군공항을 김해에서 가덕도로 이전하는 비용까지 포함해 가덕신공항 건설비용이 28조에 달한다는 자료를 국회에 돌렸다. 국회 표결 직전까지 가덕신공항 건설을 훼방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거짓 가설’까지 동원해 가덕신공항을 막겠다는 것은 분명 정책적 판단이 아닌 그들이 지켜야 할 어떠한 기득권이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2000년 전 예수가 구원자로 이 땅에 왔을 때 당시 종교적 기득권을 지켜야 했던 대제사장들은 예수를 이단으로 몰고가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 그 과정에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동원한 주요한 수단 중 하나가 거짓 증언자를 매수해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예수에게 뒤집어 씌어 당시 유대사회의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었다.

가덕신공항을 강원도 양양공항이나 전남 무안공항에 비교하면서 혈세 낭비라고 주장하는 ‘찌라시’가 SNS 등을 통해 최근 급격하게 유포되는 것을 봤다. 80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부울경을 인구가 10만 명이 채되지 않는 두 지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빈약한 논리인가를 증명한다.

가덕신공항을 건설하자는 주장은 수도권 주민들보다 더한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동남권 관문공항의 건설은 단순히 혜택과 권리의 문제를 떠나 이미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는 호소를 지역 경제인들은 20년 간 해오고 있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오면 진짜 뭐가 좋아지나?’라고 묻는 이들을 가끔 본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난 경제인들이 분석하고 제시하는 주장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부울경 지역 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해 수년간 강조해온 주장에 따르면 가덕신공항 건설이 우선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과 남부권을 공간적으로 묶는 광역교통망 구축의 신호탄이 된다는 점이다. 수도권이 현재와 같이 초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광역고속교통망 구축을 통한 공간의 압축으로 이동시간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밖에 글로벌 항공 물류사 유치와 서일본 지역 물류 수요 흡수, 지역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 등등 가덕신공항이 하루빨리 들어서야 할 이유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진보지·보수지 할 것없이 지역폄훼에 나서며 지역 주민들의 열망을 무시하는 수도권 언론들의 보도는 지난 주만 해도 충분히 찾아 볼 수 있었다. 수도권에 가족들과 이권이 몰려있는 정부관료들과 수도권 언론들의 기득권 지키기 합작 행보는 언제든 또 돌출될 수 있다.

벌써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된다. 첫 삽을 뜨기까지, 또 완공이 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부울경의 단합된 모습이 전남, 전북, 그리고 대구, 경북까지 확대돼 지방 사람도 ‘무섭다’는 사실을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려는 무리들에게 확인시켜 줘야 할 것이다. jumpjum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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