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故변희수 사망에 일제히 "한국, 보수적이고 차별금지법 없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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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들에 비해 성소수자에 엄격"

2020년 1월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거수경례 하는 변희수 전 하사의 모습. 연합뉴스 2020년 1월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거수경례 하는 변희수 전 하사의 모습. 연합뉴스

성전환 후 강제전역을 당했던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3일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주요 외신들도 이 사실을 긴급 타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3일(한국시간) '대한민국의 첫 트랜스젠더 군인 숨진 채 발견' 제하 기사에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영국 가디언지와 로이터통신, 미국의 AP통신과 홍콩의 SCMP 등도 변 전 하사가 성전환 수술 후 강제전역을 당하고 숨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 "저에게 나라를 지킬 기회를 달라" 등 변 전 하사의 생전 발언들을 전했다.

특히 외신들은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강조하며 '차별금지법이 없는 국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BBC와 가디언, SCMP 등은 일제히 "한국은 성적 정체성 문제에 있어 아직 보수적"이라며 "주변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 LGBQT(성소수자) 커뮤니티에 훨씬 엄격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LGBT는 종종 장애나 정신질환으로 간주되며, 힘 있고 보수적인 교회들은 죄로 규정한다"면서 "국가에는 차별금지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변 씨의 경우 안티-LGBT 운동가들이 온라인에서 그녀의 신상을 특정하려 했고, 뉴스에 직접 나온 뒤에는 군에 그녀를 해고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고 전했다.

이들 외신들은 변 하사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She', Her', 'Ms' 등 여성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대명사나 호칭을 사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전날 오후 5시 49분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변 전 하사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상당구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1월 중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경찰과 몇시간 대치하는 등 관련 징후를 보여 정신건강센터에서 중점 관리를 해 온 것으로 안다"며 “(유서가 있는지 등)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으로 태어난 변 전 하사는 육군 하사로 군 복무 중이던 2019년 11월 군의 허락을 받고 태국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변 전 하사는 군복무를 지속하기 원했으나, 군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작년 1월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이후 변 전 하사 측은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성전환 수술은 심신장애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변 전 하사는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해 오는 4월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한편 변 전 하사의 사망에 육군 측은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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