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흔든 윤석열, 넘어야 할 산은 ‘정치력 증명’ ‘보수층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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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현상’의 원인과 성공 가능성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대권 무대’에 본격 진입하기도 전에 차기 대선 지지도 1위를 휩쓸자 여야 정치권이 중심을 못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윤석열 현상’의 원인과 성공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8일 동시에 발표된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로 서울 여의도 정가는 하루종일 충격에 빠졌다. 현 집권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며 검찰총장직을 전격 사퇴한 ‘이벤트 효과’로 인해 윤 전 총장의 지지도가 일부 상승할 것이란 추측은 있었지만, 최근 들어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단번에 제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부패 완판·헌법가치 수호” 등 발언 효과
이재명 제치자 여야 정치권 우왕좌왕
부산시장 보선에도 영향 미칠 듯
확실한 대선주자 없어 ‘윤풍’ 지속 전망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 전 총장은 32.4%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지사는 윤 전 총장 보다 8.3%포인트(P) 낮은 24.1%의 지지율로 2위로 밀려났고,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4.9%였다. 이어 무소속 홍준표(7.6%) 의원, 정세균 (2.6%) 국무총리, 추미애(2.5%) 전 법무부 장관 순이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6주 전인 1월 22일 실시된 같은 KSOI 여론조사 때의 14.6%보다 무려 17.8%P 치솟았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당시의 23.4%보다 0.7%P 올랐고, 이 대표는 16.8%에서 1.9%P 내렸다.

이 조사에선 윤 전 총장이 지난 4일 사퇴하면서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56.6%가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특히 44.2%는 매우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37.6%에 불과했다.

문화일보·리얼미터 조사(6~7일)에서도 윤 전 총장은 28.3%의 지지율로, 이재명(22.4%) 지사와 이낙연(13.8%) 대표를 앞섰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조사(2월 22~26일)와 비교하면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순서가 바뀌었다. 당시 이 지사는 23.6%, 윤 전 총장은 15.5%였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에선 “윤 전 총장이 ‘부패 완판’ ‘헌법가치 수호’ 등 사퇴 과정에서 내놓은 발언으로 한순간에 지지율을 만회했다”고 해석했고, KSOI는 “야권 지지자들의 기대가 윤 전 총장에게 쏠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야 정치권은 온종일 뒤숭숭했다. 민주당은 이번 여론조사의 의미를 평가 절하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혹감 속에서 여론 흐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야권은 “윤풍(윤석열 바람)이 불어닥쳤다”거나 “이제야 해볼 만하다”며 환영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대선 지지도 변화는 4·7 부산시장 보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실상 외부 지원세력 없이 박형준 동아대 교수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막강 파워를 가진 ‘잠재적 우군’을 확보한 셈이고, 민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정당 지지도, 후보(김영춘) 개인 지지도가 모두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악재를 만난 것이다. 윤 총장은 부울경에서 35.1%(리얼미터)의 지지율로 이 지사(14.9%)를 20%P 이상 앞설 정도로 PK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정확하게 1년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국민의힘(41.9%) 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좋다는 응답이 다수였지만 정당 선택이 쉬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양당 정치가 고착화된 우리나라 상황에서 ‘제3 지대’나 ‘무소속’ 출마가 어렵다. 역대 대선에서 ‘순수 공직자’ 출신이 성공한 전례가 없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핵심 지지층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보수 진영의 경쟁자인 홍준표(무소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면 이명박·박근혜 지지층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실제로 일각에서 그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역대 대통령 출신처럼 확실하고 안정적인 지지세를 확보한 대선주자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윤석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가 ‘윤석열 대세론’이 고착화되면 쉽게 되돌리가 힘들다. 최종 승패는 전적으로 윤 전 총장의 정치력에 달렸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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