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촌 '한방 소스 있는 장어구이, 먹는 재미 있는 장어덮밥'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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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정주부가 이어 온 20년 손맛
함양 출신 어머니에게서 배운 장어요리
고창·강진서 받아 오는 민물장어 사용
가오리회무침·강된장·메밀국수도 별미

서면 ‘장어촌’ 김현조(61) 대표는 20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던 그는 요리학원을 열 생각으로 사십대 때 부산여대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온라인 세상이 열리면서 요리학원의 의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열기만 하면 맛있는 요리 레시피가 넘쳐났다. 결국 요리학원을 포기하고 말았다.

김 대표가 대신 선택한 것은 민물장어였다. 경남 함양 출신인 어머니에게서 배운 음식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민물장어 요리를 정말 잘 만들었다. 할아버지가 장어를 잡아오면 맛있는 음식으로 척척 바꿔내는 실력이 대단했다. 어릴 때 가끔 부엌에서 어머니가 요리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들여다보면서 배운 게 결국에는 그의 재산이 됐다.


장어덮밥 장어덮밥

지인이 장어가게를 개업할 때 주방에서 도와준게 민물장어에 발을 들인 첫걸음이었다. 그는 2001년 서면 영광도서 맞은편 골목에서 가게를 개업했다. 처음에는 테이블 다섯 개를 놓은 조그마한 식당이었다. 맛있다고 소문나 장사가 잘 된 덕분에 현재 자리로 위치를 옮겼다.

장어촌에서는 장어만 판매한다. 민물장어와 바닷장어다. 둘 중 민물장어 인기가 더 높다. 김 대표는 전북 고창과 전남 강진 등에서 받아오는 국산 민물장어를 사용한다.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업체와 거래한다.

김 대표가 미리 구운 민물장어 양념구이를 들고 왔다. 양념구이에는 한방소스를 사용한다. 감초, 계피, 마늘, 양파, 파인애플 등을 넣어 6시간 정도 끓인 기본소스에 다른 재료를 더 넣는다. 이것이 고추장소스라고 할 수도 있는 한방소스다.


민물장어 양념구이 민물장어 양념구이

양념구이는 약간 매콤하다. 맵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양념이 아주 강하지는 않다. 부드러운 고기와 잘 어울리는 맛이다. 깻잎에 민물장어를 하나 넣고 씹어본다. 강한 깻잎 향과 고기의 연한 느낌이 제법 조화를 이룬다. 장어촌이 20년 동안 장수한 비밀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솜씨다.

양념구이 밑반찬은 단출하다. 눈에 띄는 건 가오리회무침이다. 가오리회에 치커리, 무를 넣어 무친 반찬이다. 살짝 매콤하지만 부드럽고 맛있다. 회무침 전문점에서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꽤 수준 높은 반찬이다. 뜻밖에 장어구이와 잘 어울린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가오리회무침 가오리회무침

장어덮밥에는 간장소스를 넣는다. 일본간장에 마늘, 맛술, 다진 마늘, 청주 등을 넣어 끓인 소스다. 장어덮밥 먹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밥에 장어만 올려 먹는 게 첫 번째다. 밥에 김, 파, 와사비, 깻잎채 등을 넣고 비빈 다음 장어와 함께 먹는 게 두 번째다. 가스오부시로 끓인 육수에 밥을 말아 김, 파, 와바시, 깻잎채를 넣어 먹는 게 마지막이다. 부재료를 조금씩 달리했을 뿐인데 맛과 느낌이 확 달라진다.


장어덮밥 장어덮밥

장어덮밥에는 메밀국수가 따라 나온다. 메밀 전문점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된 메밀국수다. 면은 쫄깃하고, 소스는 짭짤하고 달콤한 게 진짜 메밀국수다. 장어식당에서 기막힌 메밀국수를 먹게 될 줄은 몰랐다.

장어촌에서 장어를 다 먹은 다음에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강된장이다. 야채멸치육수에 감자를 갈아넣고 된장을 투입해 끓인 것이다. 색이 진한 갈색인 게 제대로 만든 진짜 강된장이다. 먼저 숟가락으로 된장을 떠먹어본다. 꽤 짭짤한 게 제대로 된 맛을 낸다. 여기에 부추와 밥을 넣고 비며먹으면 그야 말로 별미다. 밥과 강된장을 케일로 싸서 먹어도 된다. 김 대표는 “장어를 드신 손님은 꼭 강된장을 잊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강된장 강된장

장어촌이 자리잡은 골목에는 다른 장어 식당이 여러 곳 있었다. 지금은 달랑 장어촌 하나만 남았다. 김영란법 시행이 결정적 타격을 주었다고 한다. 그나마 장어촌은 오래 된 단골손님이 많아 영향을 덜 받았다. 요즘은 장어덮밥을 배달시키는 손님이 많아 코로나19로 생긴 위기를 넘기고 있다.

김 대표는 2015년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기다리는 손님이 넘쳐날 정도였다. 사업가나 의사 등이 주요 단골이었다”면서 “주문을 하면 살아 있는 장어를 바로 잡기 때문에 맛이 남다르다. 진짜 제대로 된 장어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자랑했다.


민물장어 양념구이 민물장어 양념구이

△장어촌/부산 부산진구 부전로96번길 36. 051-803-9617. 민물장어 1인분 2만 3000원, 장어정식 1인분 2만 5000원, 장어덮밥(점심특가) 2만 2000~2만 7000원.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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