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페놀사태 30년, 동남권 물 문제 근본적인 대책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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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경오염 문제에 경종을 울린 ‘낙동강 두산전자 페놀유출 오염사고’가 발생한 지 14일로 30주년을 맞았다. 1991년 당시 경북 구미 공업단지의 두산전자 공장에서 5개월간 방출한 페놀은 무려 370여t에 달했으며, 임산부 자연유산·임신중절 등 사회적 파문도 컸다. 페놀사태 이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졌다. 그러나 낙동강 수질 문제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게 일반의 평가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낙동강 페놀유출 오염사고로 드러난 과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 답이 나와야 할 시점이고, 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때다.

낙동강 수질 개선 언제까지 두고 보나
취수원 다변화·낙동강수계법 개정을

부산 시민은 원칙적으로 낙동강 물을 특수처리해서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문제는 부산시민 식수원인 낙동강 원수 수질이 TOC(총유기 탄소량) 기준으로 수년째 3등급에 머물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다른 취수원보다 정수 과정이 길고 화학적 처리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낙동강 외 다른 지역의 취수원들은 모두 TOC 값이 1~2등급을 유지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부산 시민 상수원인 양산 물금취수장의 지난해 8월 측정 결과는 더 충격이었다. TOC 값이 7.7로 나타나 ‘수질 나쁨’으로 분류되는 5등급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때의 물은 고도정수로도 모자라 특수처리해야 공업용수로 쓸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해 다이옥산에 이어 올해 초엔 과불화화합물 등이 물금취수장에서 검출돼 시민 불안감을 키웠다. 기준치 이하라고는 하지만 모두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것이다.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고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일대 산단 수는 2002년 102곳에서 현재 264곳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이들 산단에 들어선 약 2만 개에 달하는 기업이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흘려보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 ‘4대강 살리기 사업’ 일환으로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8개가 낙동강에 있다. 보로 인해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름철에는 녹조 발생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한 녹조 발생량은 지난 10년간 십수 배 증가했다.

언제까지 이런 물을 식수로 사용해야 한단 말인가. ‘안전한 식수’를 염원하는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의 염원이 국회나 정부에선 전혀 들리지 않는가. 시민들은 여전히 마음 놓고 수돗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낙동강 하류가 식수원인 동남권 주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특단의 낙동강 수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체 상태에 있는 취수원 다변화 논의는 말할 것도 없고, 물이용부담금 문제점 개선 등 낙동강수계법 개정도 미뤄선 안 된다. 낙동강 페놀오염사고 3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물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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