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선, 코로나 시대 하루하루 기록한 그림일기
지유의 코로나19 일기 / 홍지유·이은지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꿨다. 이전까지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을 완전히 빼앗아갔다.
<지유의 코로나19 일기>는 초등학생 시선으로 코로나 시대의 하루하루를 기록한 그림일기이다.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에서 시작해 매일매일 늘어나는 확진자 뉴스를 보고, 집 안에만 머무는 시간을 겪으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코로나로 평범한 일상 빼앗긴 아이들
어떤 생각하며 생활하는지 보여 줘
‘2020년 3월 25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에 안 갔다. 처음엔 방학이 안 끝나서 좋았었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늘었다는 뉴스가 매일 나오니까 밖에 다니기가 겁이 난다.’ 그림일기의 주인공 지유는 이날 일기의 제목을 ‘집순이가 된 나’로 정했다. 지유는 바이러스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발명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몇 달 만에 동네 언니를 만났더니 언니는 “집에서 엄마랑 계속 같이 있으니 자꾸 싸운다”라고 하소연을 한다. 그건 얼마 전까지 지유도 경험했던 일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작은 갈등도 더 크게 느껴진다. 지유는 가족 사이에도 서로 잘 지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2020년 6월 3일의 일기. 지유가 드디어 학교에 갔다. 그런데 홀수, 짝수로 번호를 나눠 등교하기 때문에 친한 지온이, 유빈이를 만날 수 없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마스크를 벗었지만, 서로 말도 못 하고 자기 자리에 앉아 밥만 먹었다. ‘언제쯤 다 같이 만나서 신나게 웃고 떠들 수 있을까?’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의 괴로움도 커진다. 2020년 7월의 어느 날 지유는 일기장에 딱 한 줄만 썼다. ‘으아아, 다 지겨워!’ 며칠 뒤 지유는 늘 떡볶이를 사 먹던 야미스낵이 문을 닫은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보다 가게 문을 닫은 아주머니 아저씨가 더 슬프시겠지?’
코로나의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란다. 지유는 엄마와 같이 집 앞에 ‘택배기사님 힘내세요! 간식 드세요’라고 쓴 종이를 붙여둘 만큼 마음도 커졌다. 내친김에 엄마 아빠랑 천 마스크를 만들어 주민센터에 가져갔다. 여름날 방호복을 입고 고생 중인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덕분에 챌린지’에도 동참했다.
외삼촌 결혼식은 사진으로만 보고, 온라인 예배에 참여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친구들을 만나면서 지유는 생각한다.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 얼굴을 직접 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20년 10월 19일은 전교생이 함께 등교하는 날이다. 지유는 처음 입학하는 날처럼 설??다. 이날 지유의 그림일기 제목은 ‘마스크를 쓴 영웅들’. 코로나 속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지유는 ‘우리 모두가 나와 이웃을 지키는 영웅들’이라고 일기장에 썼다.
‘2021년 ○월 ○일. 드디어 코로나가 종식됐다.’ 지유가 일기장에 이렇게 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홍지유 글/이은지 그림/풀빛/34쪽/1만 2000원. 오금아 기자 ch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