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화면 속 아버지 어루만지던 아들 잊히질 않아요”
코로나19 거점 전담 부산대병원 이정윤 수간호사
코로나로 인한 죽음을 자주 마주하는 부산대병원 이정윤 수간호사는 “임종하러 온 보호자들이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해 안타깝다. 마음껏 슬퍼하고 아픔을 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대현 기자 jhyun@“살고 싶다” 말하고 “강아지가 보고 싶다”던 환자들. 전화로 “엄마 불쌍하다”며 울고, CCTV 화면 속 아버지를 쓰다듬던 가족들.
코로나19 환자의 죽음과 그 가족이 겪는 이별의 아픔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들. ‘고위험환자 치료를 위한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 이정윤 수간호사(711·712 음압병동/중환자 담당)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 수간호사는 2015년 9월 개설 때부터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서 일했다. 그는 메르스, 에볼라, 라사열 의심환자 등 다양한 신종 감염병을 경험했다. 부산대병원에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입원한 것은 지난해 2월 21일이다.
확진자는 비대면 임종만 가능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누는 가족들
크게 울지도 못하고 울음 삼켜
마음껏 슬퍼하시라 말하고 싶어
유족에 대한 우리 인식 달라져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부산의료원, 생활치료센터, 부산대병원으로 보내는데,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이신 분들은 우리 병원으로 오십니다.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다 중증으로 상태가 악화한 경우도 이쪽으로 이송되죠.” 부산대병원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6개 병동 105병상을 개설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부산대병원 코로나 입원환자 수는 총 374명. 이 중 308명이 완치·퇴원했고, 29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 수간호사는 중환자 병동에서 일하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죽음을 자주 마주한다. 그는 기억에 남는 몇 명의 환자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부가 같이 중환자 병동에 입원했다가 남편은 회복해서 경환자 병동으로 내려가셨죠. 그런데 부인이 저희 병동에서 사망하셨어요. 의료진 입장에서 치료받고 계신 남편분과 의논해야 했는데, 그분 심경이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목소리에 먹먹함이 묻어났다.
“70대 남자 환자는 본인도 방역 당국도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모르는 경우였습니다. 본인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의료진도 애를 많이 썼어요. 인공호흡기를 달기 전에도 ‘살고 싶다’고 하셨는데 결국 돌아가셨죠. 의료진으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이었죠.”
“아침에 출근하면 밤새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곤 합니다.” 이 수간호사는 하루하루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같이 코로나와 싸우던 동지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가족과 이별하는 유족의 모습을 볼 때는 제 마음도 같이 아픕니다.”
코로나 확진자는 비대면 임종만 가능하다. 임종이 임박하면 보호자가 간호사실로 와서 CCTV로 환자의 모습을 지켜본다. 이 수간호사는 최근 본 한 환자의 아들을 떠올렸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몇 달간 얼굴도 못 본 아버지가 감염돼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진다는 연락만 받으셨다고 해요. 잠깐 격리 치료를 받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쩔 줄 몰라 하셨습니다.” 찾아온 아들은 아버지가 보이는 CCTV 화면을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졌다.
환자가 사망하면 입고 있던 환자복 그대로 병실에서 소독하고 입관 절차에 들어간다. “장례지도사가 가져온 관 바닥에 잘 다려진 노란 수의가 깔려 있어요. 그걸 볼 때마다 항상 느낍니다. 고인에게 저 수의를 입혀 드리고 싶다고요.” 부산대병원의 경우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참관할 수 있게 하지만, 유족들이 선뜻 들어가지 못한다. “유족분들이 저기 들어가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얼마나 슬픔이 크면 그럴까 이해가 됐어요.”
이 수간호사는 임종하러 온 보호자들이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크게 울지 못하고 울음을 삼키시는 것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도 마음껏 울지 못하시잖아요. 저희는 괜찮으니 마음껏 슬퍼하시라고, 아픔을 표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는 가족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환자의 마지막을 함께한 의사와 간호사가 있었다는 것으로 유족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기를 바랐다.
이 수간호사는 코로나 사망자와 유족에 대한 사회 인식 문제를 지적했다. 코로나 사망자의 경우 먼저 화장한 뒤에 장례를 치르는데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장례식장을 못 구해 유골함을 들고 저희 쪽으로 다시 오시는 경우가 있었어요. 환자도 외롭게 죽음을 맞았는데, 유족도 외면당한다면 그분들의 슬픔이 배가 되지 않을까요? 방역 당국이 별도 지침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의미입니다. 그걸 주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