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클럽 열렸다" 몰려오는 수도권 2030… 부산시는 '방역 비상'
지난 1월 경찰이 방역수칙을 무시한 채 새벽까지 음악을 틀고 술을 판매한 서면의 한 지하 클럽을 단속해 방역 수칙을 어긴 손님 70여 명을 적발했다. 당시 클럽을 찾은 손님 중엔 자가격리자도 포함됐다. 부산경찰청 제공
이번 주 부산 클럽이 일제히 문을 열면서 부산의 방역당국이 ‘풍선효과’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부산 클럽 원정’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젊은 클러버의 관심이 높은 데다, 부산 클럽에 영업 문의·예약 전화가 빗발치면서 부산시는 주말 특별 단속 계획까지 마련했다. 수도권 감염자 방문으로 인한 지역 집단 감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20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클럽·유흥주점·단란주점·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은 지난 15일을 기해 일제히 영업제한 조치가 해제됐다. 전자출입명부 작성과 시설 면적 8㎡당 1명 인원 제한을 지키기만 하면 누구나 클럽을 출입할 수 있다.
영업시간 제한도 풀렸다. 이전처럼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제한적인 영업만 허용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 중이다. 클럽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빗장’이 풀린 부산 클럽이 수도권 청년층 사이에서 이슈몰이를 하는 이유다.
부산 클럽들은 이미 SNS 등을 통해 24시간 영업 재개를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진구 서면의 한 클럽 영업직원 차 모(30) 씨는 “이번 주말이 ‘클럽 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로 외출이 제한되고 놀 거리가 없었던 20대 손님 예약이 특히 많이 들어왔다. 주말 클럽 운영에 대해 묻는 전화만 수십 통이 걸려왔다”고 전했다.
주말 영업에 대한 기대가 큰 건 클럽뿐이 아니다. 함께 영업 제한이 풀린 유흥주점과 헌팅포차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제구 연산동에서 유흥주점을 운영 중인 이 모(45) 씨는 “부산 시민 예약은 물론이고 서울에서 내려오겠다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며 “수도권은 여전히 유흥시설 영업이 제한되고 있어 부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SNS와 온라인 카페에는 ‘부산 클럽 열렸다’, ‘부산으로 원정 가자’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거주 20대 남성이 “서울에는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적용돼 클럽에서 마음껏 즐길 수 없다. 부산 클럽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친구와 기차표를 끊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부산시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방역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클럽 내부에서 춤을 출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없고 기대 효과조차 없는 지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면의 한 클럽은 “클럽 문을 열게 해두곤 ‘문을 열되 춤을 추지 말라’는 것은 어떤 효과를 노린 방역지침인지, 누구의 생각인지 당최 모르겠다”며 “춤을 추면 단속한다는 이야기인데, 춤을 춘다는 행위 자체가 애매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방역지침을 매뉴얼로 현장 단속에 나서야 하는 지자체 직원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한 구청 간부는 “유흥시설 방역지침을 보면 클럽 내부 춤추기 금지, 댄스홀, 댄스플로어 운영 금지라고 되어 있다”며 “클럽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있으면 감염이 안되고 댄스홀에서 춤을 추면 감염이 된다는 것인지, 방역당국의 탁상행정이 답답할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부산시는 부산경찰청, 관할 구·군청과 연계해 이번 주말 클럽·유흥업소에 대한 특별 단속에 나선다. 방역수칙 위반 단속으로 감염 확산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부산의 대표 번화가인 서면을 관할하는 부산진구청도 경찰과 함께 단속팀을 꾸렸다. 부산진구청 박상건 식품안전계장은 “부산 클럽 개장에 따른 수도권 시민 방문 등 풍선효과와 감염 확산 우려로 클럽 등을 대상으로 심야 특별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주말 합동 점검을 통해 코로나 확산 방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