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미리 차린 해수부 생일상의 의미는?
이자영 경제부 해양수산팀장

부산 지역 해양수산인들의 해양수산부 사랑은 각별하다. 올해로 출범 25년을 맞는 해수부의 생일 케이크까지 미리 챙길 정도다. 해수부가 발족한 것은 1996년 8월 8일이다. 하지만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해운협회가 나서 25년 기념행사를 연 것은 생일보다 5개월이나 앞선 올 3월 5일이었다. 왜 이렇게 서둘러 생일상을 차린 걸까?
사실 해수부 역사 25년 중 2008년부터 2013년 5년간은 해수부라는 이름이 사라진 기간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해수부를 폐지하고 대신 그 업무를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나눠버렸다. 부산 지역 해양수산인과 시민단체가 해수부 부활 국민운동을 벌여 조직을 되찾은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다.
1996년 8월 출범 올해 25년 맞아
지난 5일 부산서 때 이른 기념행사
대선 1년 앞두고 조직 지키기 분석
국민 지지 받는 부처로 거듭나기를
‘잃어버린 5년’의 역사를 끝내고 해수부가 부활한 2013년 3월을 기억하기 위해 스물다섯 번째 생일상을 3월에 앞당겨 차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대체적인 시각은 차기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대선 1년을 앞두고 벌써부터 해양수산인들의 ‘해수부 지키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다음 정부 조직 개편 때 부서 이름이 또 다시 사라지는 비극을 막고, 정부 부처 내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5일 부산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는 박준영 해수부 차관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인호·안병길 의원은 물론, 전직 해수부 장관들까지 대거 참석했다. 강무현 전 해수부 장관은 1996년 5월 부산항 북항에서 열렸던 제1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떠올렸다. 그는 “그날 신선대부두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해수부 발족을 전격 발표한 것은 일개 정부 부처의 신설을 넘어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원대한 미래 비전을 선포한 역사적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의 말대로 해양정책은 정권의 관심에 따라 부침이 매우 심했다. 해체 5년 만에 부활한 해수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동력을 잃었고, 2016년 한진해운 사태로 우리 해운업의 경쟁력은 퇴보했다.
이주영 전 장관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념을 갖고 장관에 취임했는데, 정작 사람들은 나를 ‘세월호 장관’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사고 수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아쉬워했다. 그는 또 “재임 당시 5조 몇천 억 원에 불과했던 해수부 예산이 아직도 6조 원 수준이다. 해수부가 정부 부처 내에서 그만큼 힘이 없다는 이야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전 장관은 해수부 강화를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소위 ‘돈이 되는 해양수산’을 제시했다. ‘해양수산에 투자하고 거기 지원을 많이 해주니 돈이 되더라’ ‘국민들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주는 사업이 해수 분야에서 나오더라’ 이렇게 인식하게끔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게 지원하고, 최첨단 해양기술로 경제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다.
기념행사에 이은 정책 토론회에서는 뼈아픈 지적이 많이 나왔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해수부가 지원만 요구하니 ‘해운복지부’ 내지는 ‘해양복지부’처럼 비칠 수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해수부 관계자 역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하는 것을 부처에서 보여줘야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명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사업본부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이 같이 관심을 갖고 공감할 수 있는 아이템 발굴, 논의의 장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해수부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장은 “인구절벽 시대에 해양수산 분야 인력 확보가 중차대한 문제가 됐다”며 “25년 동안 선원 인력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해수부가 적절히 대처와 관리를 못했다”고 꼬집었다.
해수부 공무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잦은 인사 이동 탓에 전문지식이 쌓이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해운을 담당하던 사람을 어느날 갑자기 수산으로 보내는 방식의 인사 시스템으로는 업무 연속성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해수부 내에서도 해운항만 분야에 비해 수산 분야에 대한 관심이 낮아 ‘수산이 홀대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실제 이날 행사에도 수산인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다.
이날 나온 목소리를 잘 반영해 25년을 맞는 해수부가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그렇다면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조직 개편을 염려하며 해양수산인들이 모여 세를 과시하는 일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서둘러 차린 생일상 앞에 모여 해수부의 존재 필요성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해수부가 존재감 있는 조직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길 바라본다. 2young@busan.com